동양의 운명철학인 명리학은 현대의 생태학적인 관점에서 다시 재조명할 가치가 있다. 명리학은 자연의 순환과 법칙을 근간으로 인간의 운명을 유비하여 삶의 미래에 대한 예측을 시도하는 철학이다. 과거에는 명리학을 빙자한 근거 없는 점술등이 혹세무민의 도구로 사용되어 사회적인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하였으나, 현대에는 21세기의 새로운 인문학의 대안으로 여겨질 수 있을 만큼 그 철학적, 사회적, 인문학적 가치는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현대문명이 겪고 있는 생태학적인 위기는 명리학이 본질적으로 지향하고 있는 자연의 균형과 조화라는 철학과 매우 긴밀하게 연결될 수 있는 사상적인 공통점이 있다. 문명과 과학기술발달 중심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자연의 황폐화와 생태계의 교란은 이미 심각한 정도의 단계를 넘어선지 오래라고 할 수 있다. 자연의 질서와 조화를 중시하는 명리학은 인간이 자연에게 가하는 이러한 위협과 위해의 정도를 스스로 성찰하고 절제하며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내적 성찰을 가능하게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러한 자연에 대한 고찰은 매우 인문학적인 차원에서 시도되어 왔다. 이러한 생태문학적인 사상의 맥락은 여러 가지 면에서 명리학의 철학적인 세계관과 일치한다고 말할 수 있다.
서양에서 멜랑콜리 이론은 문학과 문화의 분야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져 왔다. 멜랑콜리는 서양의 우주론에서 인간을 구성하는 4원소중 하나라고 할 수 있으며, 멜랑콜리에 관한 인식론적인 프레임은 명리학에서 구성된 기호학적인 특성과 매우 유사하다. 명리학은 자연을 근간으로 동양에서 자연과 인간의 운명 을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멜랑콜리 이론과 명리학의 이론의 가장 핵 심은 둘 모두 인간의 문화와 자연에 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문학이론은 오 랫동안 그것과 인접한 다른 학문의 지식체계를 흡수하면서 발전해 왔다. 정신분 석학, 페미니즘, 정치학, 그리고 심지어 물리학 까지도 문학의 영역으로 흡수되 어 새로운 비평이론의 토대가 되기도 했다. 보다 최근에 문학은 현대과학기술로 인해 위협받고 있는 자연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데, 이러한 시도 는 생태학, 혹은 생태학적 문학비평의 이름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생태학은 아 마도 현대문명의 파괴적인 위험에 대한 양심적인 학문의 반응이라고 할 수 있 을 것이다. 명리학은 그것이 본래 자연과 인간의 운명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생태주의적 관점과 접목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많이 있으며, 아마도 그런 관점에서 새로운 인문학적 통찰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