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계 마을은 인조반정 이후 남명학파가 급격히 쇠퇴하던 시기에 오히려 남명 사상을 심화, 발전시킨 마을이다. 안계의 남명학은 그 후로 진양 하씨 문중의 가학 형태로 전승되면서 근대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하홍도는 안계 마을 남명학의 시작이자 중심이었다. 남명 조식의 학문은 하항과 하수일을 거쳐 하홍도에 전수되었고, 하홍도는 소멸될 지경에 빠진 남명학파의 사상을 심도 있게 발전시켜 후학들에게 이어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하홍도가 남긴 『겸재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하홍도를 기리는 만사와 제문에서 많은 후학들이 이러한 측면을 인정하는 내용을 볼 수 있고, 그가 직접 쓴 글에서도 이러한 의미를 찾아낼 수 있는 내용이 많다. 특히 그는 인조반정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저항의식을 가졌던 인물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그의 문집에서 간혹 은미하게 이러한 사상이 드러난 대목을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이 바로 『겸재집』이 불태워지는 수난을 겪는 직접적인 원인이 아닐까 한다. 안계 마을의 남명학을 주도했던 최초의 인물인 하홍도는, 자신의학문과 사상에 대한 이처럼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안계 마을이 근대에 이르기까지 남명학이라는 학문과 사상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하홍도의 역할에 크게 힘입은 바가 크다고 본다.
이 논문의 목적은 1980년대 이후 최근까지 이루어진 남명 및 남명학에 대한 외국 연구자의 업적과 성과들을 회고하고 정리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선 연구사의 검토와 정리에 앞서 외국 연구자의 연구는 방법론적으로 자국의 연구 동향을 일정 정도 반영하기 마련이라는 전제에 입각해 외국인 연구자의 대다수를 점하는 중국과 일본에 있어서의 유교 내지 유학에 대한 인식과 연구 동향에 대해 개략적으로 검토해보았다. 다음으로 본론에서는 다섯 분야로 나눈 주제별 분류를 통해 외국 연구자의 연구 동향을 비교ㆍ검토하는 방법을 취하였는데, 실천 유학자로서의 남명과 남명학의 실천성 문제, 실천 철학으로서의 남명학이 지니는 실학사상과의 연관성 문제, 성리학자로서의 남명의 정체성과 주자학과의 거리, 남명 사상과 도가 사상과의 상관성, 남명학의 연관 분야 및 남명학파와 남명학의 계승 양상 등이 그것이다. 이들 주제 가운데 남명학의 실천성 문제는 외국 연구자가 일찍이 주목하던 바로서 지속적인 관심을 끌면서 논의의 대상이 되어 왔다. 아울러 외국 연구자에게 있어서도 이러한 실천 철학으로서의 남명학에 대한 관심은 이후 실학사상과의 연관성에 있어서 더욱 강화된 형태로 나타났다. 남명학과 주자학의 관계에 대해서는 영향 관계를 강조하는 입장과 양자 사이의 거리를 강조하는 입장으로 나누어지는데, 후자의 입장은 남명학이 원시유학의 정신을 수용하였다는 절충적 관점에서 도가 사상과의 관계를 주목하는 견해로 발전하기도 하였다. 이렇듯 기존에 외국인 연구자에 의해 이루어진 남명학 관련 연구는 자국의 연구 동향을 반영하는 한편으로 국내의 연구 동향과도 영향 관계를 맺으면서 그 질량에 있어서 일정 정도 성과를 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향후 연구의 심화를 위해서는 연구자의 국제화를 위한 체계적 대책의 수립 및 연구 활성화를 위한 시급한 대책, 예를 들어 관련 자료의 정리 및 번역 출판 등의 과제가 중요함을 제안하였다. 아울러 국내의 남명학 연구가 기존의 남명 사상의 언설을 반복 진술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현실 사회에 공헌하는 길을 찾기 위해 현대 중국에서의 유학 연구 사례를 모색해 볼 것을 제안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