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상 상계항변에 관하여는 종래 형성권의 소송상 행사와 함께 그 법적 성질에 대한 학설의 대립이 존재하여 왔다. 사법행위설, 소송행위설, 양성설, 신사법행위설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상계권을 제외한 형성권의 소송상 행사에 대하여는 소송상 항변에 사법상의 형성권 행사의 의사표시와 공격방어방법으로서 그 의사표시의 결과에 대한 진술인 소송행위가 병존하고 있다는 점에 관하여 아무런 견해의 대립이 없었다. 위 학설의 대립은 소송상 상계의 경우 일반적인 형성권의 소송상 행사와 마찬가지로 사법행위와 소송행위가 병존한다고 보는 견해에 따른다면 소의 취하, 각하 또는 실기한 방어방법으로서 항변이 각하되는 경우 등에 있어서도 상계항변에 대한 판단을 받지 못한 채 반대채권이 소멸하는 매우 불합리한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제시된 견해들이었다. 본 대법원판결은 소송상 상계항변이 제출된 후 당해 소송이 조정성립에 의하여 종료된 사안에서 소송상 상계항변의 실체법적 효과가 잔존하지 않음을 밝힌 것이다. 그런데 본 대법원판결은 결론에 있어서는 타당하다고 할 수 있으나, 소송상 상계항변이 예비적 항변이라는 이유로 소구채권의 존재에 관한 법원의 실질적인 판단이 없는 때에는 상계의 의사표시의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시함으로써, 그 이론적 근거를 밝히지 않은 아쉬움이 있다. 이 판결을 계기로 소송상 상계항변이 법적 성질에 관한 종래의 견해들을 살펴보았는바, 소송상 상계항변에 사법행위와 소송행위의 병존을 부인할 수 없고, 상계항변은 예비적 항변으로서의 성격과는 무관하게 무조건의 주장으로서, 상계의 의사표시의 효력은 특정한 상계시에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 나아가 그 실체법적 효과는 해제조건설에 따라 상계항변이 소송상 참작되지 않는 해제조건이 성취되는 때에 소멸한다고 파악하는 것이 타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