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박완서의 한 말씀만 하소서와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을 함께 읽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고통의 의미에 대한 통찰을 논한다. 이 두 작품 은 장르의 차이로 인해 같이 연구된 사례가 많지 않다.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 서 먼저 이 두 작품의 선행 연구를 살펴보고, 특히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을 정치의 맥락에서만 읽는 연구의 한계를 지적한다. 이어서 자기 서사 이론 논 의를 통하여 이 두 서사는 박완서의 경험을 대변하는 자기 서사적 이야기로 함 께 논할 수 있음을 논증한다. 이어지는 작품 분석에서는, 두 작품이 가지는 차이 에도 불구하고, 존재론적으로 고통의 의미는 개별적으로 찾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서로 만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두 서사는, 고통하는 타자들에 대한 박 완서의 공감이 표면적 동질성과 연대를 넘어 더 깊은 차원을 건드리고 있으며, 그 차원은 바로 누구나 당하는 일인 동시에 “철저하게 개개의 것”인 존재론적 차원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고통의 이야기는 공유될 수 있으나, 그 의미는 개개 인이 찾을 수밖에 없으며, 이는 개별 인간 고유성의 필연적 결과이다. 이 두 서 사를 함께 읽음으로써 우리는 박완서가 정치적 노력을 무의미하게 만들지 않으 면서 존재론적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