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제임스 톰슨의 영향에 대한 엘리엇 자신의 진술을 출발점 으로 삼아, 엘리엇의 황무지와 톰슨의 무서운 밤의 도시를 상세하 게 비교하고, 런던에 대한 두 시인의 관심이 그들의 작품에 어떻게 나 타나며, 도시 풍경이 각각의 시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살펴본다. 메마 른 도시의 배경에서 나온 두 작품 사이의 주제적 유사성, 즉 화자의 탐 색 모티프, 지옥 같은 도시의 현실, 비관적인 분위기 등은 쉽게 발견될 수 있다. 본고는 두 작품에 대한 세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작가가 속한 시대적 차이와 무관하게, 황무지를 모더니스트 시로, 무서운 밤의 도시를 빅토리아조의 시로 만드는 요인의 유형을 논의한다. 황무지 의 구체적인 시각적 이미지와 음향의 현대성이 강조될 것이다. 특히 다 성어와 불협화음의 어구, 노래와 소음, 이질적인 다양한 목소리를 포함 하는 파편화된 소리의 차원이 충격적일 만큼 혁신적이고 독특하기 때문 이다.
제임스 톰슨은 빅토리아 시대 시인으로서, 『두려운 밤』의 도시를 발표했는데, 『황무지』와 『두려운 밤』의 도시는 그 어조와 세계관 그리고 멜랑콜리적인 요소의 연관성으로 볼 때, 엘리엇은 톰슨의 작품을 염두에 두고 『황무지』를 집필한 것으로 추측된다. 실제 엘리엇이 강의했던 내용 중에 제임스 톰슨이 포함되어 있으며, 또한 엘리엇이 처음 톰슨을 읽었던 시기가 비교적 명확하게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미루어볼 때, 톰슨의 작품이 엘리엇의 문학세계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바탕이 되었을 것 이다. 멜랑콜리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도상학적 이미지와 상징 그리고 전형적인 상실과 암울함 또는 희망과 구원에 대한 좌절 등이 두 작품에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황무지』는 『두려운 밤의 도시』가 차용하고 있는 상당부분의 멜랑콜리적인 요소들을 반복하고 있다. 특히 작품의 중요한 인유로서 이용되고 있는 단테를 비롯하여, 다양한 중세회화의 도상들은 엘리엇의 『황무지』가 톰슨이 묘사하려고 했던 멜랑콜리적인 세계, 혹은 도시의 모습을 현대적으로 재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