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이츠의『모래시계』에서 오랜 세월 동안 한 번도 강한 반대가 없었던 현자의 무신론적 가르침이 전면에 내세워진다. 예이츠의 바보는 현자의 죄를 부각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우둔하면서도 사악하지는 않지만 이기적인 역할을 극 전반에 걸쳐서 일관되게 보여주는 예이츠의 바보 인물은『리어왕』에서 셰익스피어의 바보 인물 보다 더 단순하게 표현된다. 셰익스피어의 바보가 리어왕을 위해 하듯 예이츠의 바보는 현자를 위해 관객의 연민을 자아내는 역할에 기여하지는 않는다.
예이츠는 『모래시계』에서 현자와 바보 사이의 양의성, 현자와 천사의 갈등, 현자와 학생들 사이의 대립을 재현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현자의 삶보다 바보의 삶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한다. 특히, 현자가 죽어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내면의 갈등과 그가 죽은 후에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윤회에 대한 묘사는 포스트 운명극의 특징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이 극작품은 『오이디푸스 왕』과 같은 서구의 운명극의 구조를 뛰어넘어 포스트 운명극의 영역을 새롭게 열어 놓았다.
예이츠의 초기 희곡 『모래 시계』의 수정 과정을 추적하여 그의 극작술의 발전을 연구한다. 특히 현자가 바보 앞에 무릎을 꿇고 구원을 간청하는 장면을 현자의 깨달음과 죽음의 수용으로 바꿈으로써 주제 전개의 걸림돌을 제거했고, 원래 산문극에 현자와 천사의 대사 등을 운문으로 바꿈으로써 주제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