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고산(孤山) 황기로(黃耆老)의 『초서가행(草書歌 行)』에 나타난 자형 특성을 체계적으로 고찰함으로써, 조선 후 기 초서 양식의 조형적 위상을 재평가하는 데 목적이 있다. 작 품 전반에 나타나는 가장 중요한 특징은 일필로 관통되는 견사 (絹絲)의 운용 방식으로, 획이 분절되어 보이더라도 필세(筆勢) 는 끊어지지 않고 지속되는 연속적 기세를 형성한다는 점이다. 황기로는 굵기·방향·속도·세기(勢氣)등 필획 요소의 변화 속에 서도 선의 중심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여 초서·광초(狂草)의 본 질적 속성인 ‘연속성과 생동성’을 균형 있게 구현하였다. 특히 삼수변“수(氵)”, 장형(長形), 파임과 굴림이 많은 곡획(曲劃) 등 에서 나타나는 기필(起筆)·행필(行筆)·수필(收筆)의 유기적 전환 은 고산 특유의 필의(筆意)를 드러내며, 세자에서 다섯 자까지 장문의 구성이 견사로 하나의 행을 이루는 방식 역시 조형적 일관성과 율동감을 강화한다. 또한 획의 생략과 약화, 변형된 연결 방식, 세부 필획의 단순화 등은 내용 전개의 리듬과 의미 적 긴박성을 시각적으로 뒷받침하며, 이는 조선 후기 문인 서 예가들이 추구한 자유자재한 필의 전개 및 감흥 중심의 초서 양식과도 상응한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초서가행』은 단순 한 서사적 작품을 넘어, 고산 황기로의 필법(筆法)·미감(美感)· 사유(思惟)가 응축된 조형적 결정체로 평가될 수 있으며, 조선 초서의 흐름 속에서 그의 독창적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 한 자료임을 밝히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