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루터의 여성관을 살펴보기 위해서 우선 그의 글에서 발견되는 여성혐오증에 대한 거부에 주목한다. 그리고 여성혐오증의 근저에 깔려있는 철학적이고 신학적인 영-육 이원론과 남-녀 이원론의 사고를 고찰한다. 루터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에 의해서 의롭게 된다는 신학적 토대 위에, 영-육 이원론과 남-녀 이원론의 논법이 아닌 믿음과 사랑의 논법을 사용한다. 그는 우선 믿음을 척도 삼아 “영”/영적인 것과 “육”/육적인 것을 구분함으로써 남성은 영에 여성은 육에, 그럼으로써 남성은 영적인 것에, 여성은 육적인 것에 연계하는 구분법을 거부하고, 여남을 막론하고 모두 영적인 존재가 되고 영적인 삶을 살거나 혹은 육적인 존재가 되고 육적인 삶을 살거나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믿음의 열매인 사랑의 삶을 사는 것 자체가 고행이요 금욕생활로서, 이것이 바로 “육”을 죽이고 “영”을 살리는 삶이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믿음과 사랑의 논법에 근거하여 루터는 여성들 안에서도 수녀원 생활과 결혼/가정생활 그리고 수녀와 아내/엄마의 신분에 고착되어 있던 영적 신분과 세속 신분이라는 또 다른 이원론적 사고방식을 용납하지 않는다. 루터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전자와 후자의 관계를 뒤바꾸어 놓는다. 믿음과 사랑의 논법에 의하면 아내/엄마의 신분은 세속 영역에 속한 가정 안에서의 신분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말씀에 믿음으로 자신을 온전히 맡기고, 사랑의 실천을 마다하지 않는 아내/엄마는 어느 누구보다도 영적 신분의 사람들이다. 무엇보다도 루터의 눈에 아내라는 여성은 하나님이 각 남편에게 특별히 허락해 주신 배필이요,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서 사랑의 법에 따라 섬겨야 할 존재다. 그리고 엄마라는 여성은 루터가 인간 제도들 중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정의 여주인일 뿐만 아니라, 소명의 차원에서 자녀들의 사도, 감독, 그리고 제사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