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아만스: 위태로운, 그러나 포기하지 않는 사랑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중심으로
근래 인문학은 과학기술의 발전, 진화생물학의 도전, 본질주의에 대한 회의에 직면하여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질문하고 있다. 신학적 인간학(Theological Anthropology) 역시 같은 도전에 직면하여 신학의 기본 개념들, 신의 이미지로 창조된 인간, 죄, 은혜의 개념들을 다시 성찰하고 있다. 대다수는 더 이상 고정된 교리나 교권에 매이지 않고, 대체로 사랑하는 인간 존재, 관계적 존재성에 기반하여 인간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시도한다. 한강은 '채식주의자'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한다. 모든 작품에 걸쳐 한강이 탐구하는 이 질문은 '채식주의자'에서 인간이란 사랑하는 자, 그러나 사랑에 실패하는 자, 그럼에도 계속 사랑하는 자로 형상화된다. 영혜는 지고의 사랑을 마침내 성취하는 영웅이 아니라, 궁극적 사랑, 폭력 없는 완전성을 성애(性愛)와 식물적 삶에 두고 추구하다 결국 자신을 파괴하고 타인을 파괴하는 데 이르는 영락 없는 실패자다. 본 논문은 채식의 저항적 의미에만 치중하였던 기존 논문들의 공백을 메우고, 작품의 의미를 사랑과 실패에 두어 새롭게 해석하고자 했다.
Re-imagining human has become an urgent preoccupation of Humanities and theological anthropology. Among rich discourses on what it means to be human, HAN Kang’s third novel, The Vegetarian, grasps a core of humanity, Homo Amans, the loving human, not as a successful achiever of love but as a doomed failure who nevertheless keeps on loving. This paper attempts at a new reading of positing the novel’s meaning somewhere between heroine’s pursuit that is destined to fail and her courage to go on nonetheless, significantly revisioning the mainstream readings of the novel. Younghye’s desire to be a vegetarian is reinterpreted as an ironic failure in understanding her own sexual desire, while her vegetative imagination is connected with attaining the unattainable; that is, a non-violent living, ultimately loving itself, which is inevitably in the double bind because both living and loving inherently survive on viol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