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논자가 앞으로 10여 년간 중점적으로 탐구해야 할 과제 중 하나인 지 리산 유산기 연구의 試論이다. 논자가 진행해야 할 연구는 지리산권역을 중심 으로 한 조선조 지식인의 문학이다. 특히 조선조 지식인의 지리산 관련 遊山文 學과 영남・호남 지식인의 樓亭文學 작품을 주요 논의대상으로 삼아 그들의 山 水美學과 그 속에 융화된 자연관을 집중 탐구하고, 이의 전반적 이해를 통해 조 선조 지식인의 자연에 대한 이해, 나아가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모색하던 태도 를 밝혀내게 될 것이다. 본고는 그 첫 시도로써, 조선조 지식인이 지리산을 유 람하고 남긴 유산 작품을 대상으로 삼아 그 동안 발굴된 자료를 개괄하고, 작품 속에 내재된 그들의 산수인식을 고찰함을 목적으로 진행되었다. 조선초기 李陸의 「智異山記」에서 시작된 지리산 유산기는 20세기까지 약 90 여 편이 발굴되었다. 이를 시대별로 분류하면 15세기 6편, 16세기 5편, 17세기 전반과 후반에 각 6편과 7편, 18세기 20편, 19세기 27편, 20세기는 21편인데, 후대로 갈수록 작품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함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작품 수의 차이는 조선시대 정치적 사회적 상황과 그에 따른 지식인들의 浮沈에 그 원인 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리산 유산기에 보이는 산수인식은 4가지로 압축할 수 있었다. 먼저 유산기 담당층이 조선조 유학자인 만큼 다양한 儒家的 志趣를 先賢尊崇으로 압축하여 살펴보았고, 다음으로 지리산 산수자연 가운데 佛家的・巫俗的 유적지를 통해 異端을 배척하는 지식인의 의식을 살펴보았고,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서 오는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仙境을 찾는 그들의 遊仙 의식을 살필 수 있었다. 특히 그들은 지리산의 절경 속에서 道家的 志趣를 갈망하면서도 유학자로서의 자세 를 잃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유람을 통해 뛰어난 文學的 志趣를 표출해 내었는 데, 이는 우리 국토에 대한 예찬으로 일관되었음을 확인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