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지리산권문화연구단은 ‘지리산권 문화 연구’를 여러 분야에서 폭넓게 수 행해 왔다. 현대문학 분야에서는 ‘지리산’에 함축된 ‘근대성’을 규명하기 위해 ‘기행(탐험, 여행, 관광 등)’에 초점을 맞춰 일제 강점기의 기행문학 등을 대상 으로 지리산의 근대적 표상을 다각적으로 규명하였다. 또한 르포‧소설‧희곡‧시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분석하여 지리산에 얽힌 역사적 상흔과 그의 문학적 대응 양상을 면밀하게 논구해 왔다. 본고는 기왕의 논의를 바탕으로 연구 성과를 집약하고, 지리산권 현대 문학의 특징과 의의를 종합적으로 규명하기 위한 試論的 논의이다. 이를 위해 본고는 지리산이 전근대시기에는 둔세자의 피난처이자 민중의 도피처였으며, 근대 이 후에는 남과 북이 대립했던 이데올로기 戰場이었다는 점에 착안하여, 지리산을 배경으로 창작된 여러 문학 작품에 함축된 주요한 인문학적 사유와 태도 등을 靖獻 意識과 哀悼 倫理, 그리고 自癒 意志로 나누어 논구하였다. 정헌 의식이란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두는 탈정치적 태도를 견지하면서도 학문 적·사상적 신념을 고양하고, 이를 통해 도덕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의식을 일컫 는다. 김택술과 이은상의 기행문학, 그리고 지리산의 중심 인물인 박태영에 게서 이와 같은 정헌 의식이 나타나고 있음을 살펴보았다. 근대 이후 지리산에서 죽어간 ‘만혼령’에 대한 문학적 애도 작업은 일찍이 70 년대 지리산 소재 시편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후 ‘만혼령’을 존재론화‧의미론 화하는 상징화-애도 작업은 ‘國史로부터의 伸冤’과 ‘대문자 역사로의 기입’이라 는 두 방향으로 전개되어 왔다. 그리고 2000년대 이후 이성부와 송수권의 시편 에서 ‘지리산 만혼령’이 다시 출현하게 되는데, 그의 ‘비탄’과 ‘피울음’이 ‘만혼 령’에 대한 충실한 기억을 목표로 하는 哀悼 倫理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고찰하 였다. 분단과 전쟁은 ‘지리산 만혼령’을 출현시켰을 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자들에 게도 깊은 상흔을 남김으로써 그 후과는 또다른 비극의 맹아로서 상존하고 있 다. 이러한 후과는 우연적으로 혹은 운명적으로 해소되거나 극복될 수 없는 것 이다. 여러 작품들이 반목·불신·원한·증오를 넘어 화해와 용서를 향한, 자성·고 백·참회·공감·생명 존중이라는 자발적이고 자각적 행위, 즉 自癒 意志를 역설하 고 있음을 검토하였다.
본고는 일제 강점기 지리산유람록에 나타난 儒者들의 의식과 특징 등을 규명하고자 하였다. 일제 강점기 ‘지리산 기행문학’에는 전통적 지식인인 유자의 한문 유람록과 근대적 교육의 수혜자인 학생과 지식인의 한글 기행문이 병존한다. 그리고 양자 사이에는 한문 문집과 한글 신문이라는 언어와 매체의 이질성만큼이나 상이한 인식론적 편차가 존재한다. 성리학적 유람 문화의 전통 속에서 쓰인 한문 유람록과 근대적 담론의 영향을 받은 한글 기행문이 상호 변별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비동시성의 동시성’으로 규정할 수 있을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적 특수성에, 분과 학문별 연구 대상의 배타성 등이 작용하면서 이 시기 기행문학에 대한 종합적인 접근은 시도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에 본고에서는 일제 강점기 지리산유람록에 대한 한문학 분야의 심층적인 연구와 지리산 기행문학에 대한 문학사적인 접근을 기대하면서, 일제 강점기 지리산유람록에 나타난 의미와 특징 등을 試論的으로 논구하고자 하였다.
먼저 시대적 특수성에 주목하여, 지리산 기행문학에 ‘전근대’와 ‘근대’가 교차·공존하는 양상을 살펴보았다. 근대적 관광 인프라와 정보를 바탕으로 형성된 ‘근대적 유람로’와, 근대적 위생관념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는 선교사 휴양촌에 투영된 유자들의 자정과 은일 의식 등을 통해 ‘비동시성’의 교차 양상을, 그리고 공동체적 관념상과 원근법적 시각상, 성리학적 이념과 수양관을 바탕으로 한 천인합일 의식과 자연을 대상화하는 주체중심주의적 사유 등에 대한 고찰을 통해 ‘비동시성’의 공존 양상을 검토하였다.
그리고 일제 강점기의 지리산유람록에는 산을 매개로 한 求道의식과 尊賢정신, 그리고 성리학적 수양과 성찰적 태도가 면면히 계승되고 있으며, 더불어 민초들을 긍휼히 여기는 애민의식과 비판의식이 도저하게 관류하고 있음을 논구하였다. 그렇지만 근대 문명의 확산과 그 혜택으로 인해 이상향에 대한 동경과, 儒仙 의식과 仙趣 경향은 현저히 약화되어 수사적 차원에서 그치고 있다는 점 또한 규명하였다.
본 논문은 동일한 시간에 상이한 ‘역사적 시간’을 살고 있는 두 주체들 간의 인식론적 편차를 명징하게 드러냄으로써 한문 유람록과 한글 기행문의 공시적 차별성을 파악함으로써 이들의 영향관계와 통시적 (불)연속성을 문학사적으로 탐문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