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장치론이라는 관점을 경유해 대중음악의 주체성 문제를 고찰한다. 그간의 대중음악 론에서 가장 핵심적이었던 개념은 이데올로기와 테크놀로지였으며, 이에 기반하여 ‘부정주의’ 와 ‘긍정주의’의 대립적 분파가 주를 이루었다. 이 상충하는 입장들은 환원론의 시각으로 귀결 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대중음악이라는 범주의 특성상 복합적이고도 다양한 주체성의 문제가 등장하게 되는데, 환원의 방식으로 이는 해결되기 힘들다. 그렇기에 주체화의 이론인 장치론은 유용하다. 본고는 미셸 푸코를 계승한 조르조 아감벤의 장치론과 루이 알튀세르의 호명 이론을 접목하여 주체성이 점멸의 원리에 기반함을 논증하였다. 또한 사이먼 프리스를 위시로 하는 대중 음악 장치론의 사례들을 검토하였고 이들이 대체로 시론적 성격을 갖는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이 후에는 스포티파이와 같이 동시대 음악문화에서 가장 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디지털 플랫폼의 문제를 장치론적으로 논의하였다. 본고는 인공지능, 알고리즘, 바이럴성이 음악적 다양성을 약화 시키는 특유의 플랫폼적 주체화를 야기한다는 점에 동의하며, 이를 곧 ‘플랫폼-장치’로 명명할 수 있다고 제시하였다. 결론적으로 공연, 음반, 팬덤 등의 대중음악적 문화 실천이 플랫폼-장치에 대한 역-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과, 이것이 문화적 중층성과 점멸적 주체성의 수행이라고 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