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락고고학에서 주거지의 동시성을 파악하는 것이 최우선의 과제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유물 과 유구를 총망라한 양식 편년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기존의 토기의 문양이나 주거지의 형식을 통하여 청동기시대의 시기와 단계를 설정하였던 관습에서 벗어나 문양, 무문토기 壺, 淺鉢, 적색마연토기의 壺ㆍ甕ㆍ鉢, 內彎口緣甕, 底部의 두께, 胴 下半部 의 傾斜度 등의 器形과 또 석촉과 有溝石斧, 반월형석도, 방추차 등의 형태적 차이로 분류하였다. 그리고 주거지와 수혈에서의 공반상을 통하여 순서배열보충법으로 양식을 편년하였다. 그 결과 110개의 유구에서 51단계의 시간적 차이를 구분해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단계는 너무 세분된 편년이라 취락의 변천 과정을 살피기에는 어려움이 있어서, 각 단계에서 새로운 형식이 출현하는 경향을 살펴 9단계의 획기를 설정하였다. 그리고 점토대토기 단계에 발견할 수 있는 유물들도 나타나는데, 이것은 점토대토기 단계 직전의 재지계 유물의 변형으로서 先粘土帶土器文化(청동기시대 晩 期)를 설정할 수 있었다. 이 획기를 통하여 지좌리유적의 취락상은 협곡에 입지한 주변 취락으로 타 공동체와의 교류가 적어 전통문화의 존속기간이 긴 다소 폐쇄적인 성격을 밝힐 수 있었고, 청동기시대 전기ㆍ후기ㆍ만기의 문화가 혼재함을 알 수 있었다. 지면 관계상 차후에는 이 편년을 이용하여 지좌리유적 Ⅰ~Ⅸ기(기원전 1100년~550년 전후)의 취락 변천 과정을 살펴서 그 시대상을 복원하고자 한다.
고고학적 상대연대결정법으로 몬텔리우스의 형식학적 방법과 순서배열법이 대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전자는 유물 각각으로써, 후자는 유물의 공반 즉 유물복합체를 분석단위로 삼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런데, 유물 개개의 시간성을 따지는 것은 유물의 생산시점을 파악하기 위한 작업이고, 공반유물을 통한 상대연대의 규명은 유통 결과의 시간성을 시사하는 것이란 점에 궁극적인 차이가 있다. 소비지의 유물은 각 개인의 취향에 따라 유물의 존속기간이 천차만별이다. 즉 일찍 생산된 물건이라도 늦게 생산된 것보다 더 늦은 시기까지 존속할 수도 있다. 그리고 동일 형식의 물건이라도 그 폐기되는 시간성은 개인에 따라 각각 달리 나타난다. 그러므로 소비지의 유물을 통한 순서 배열법에는 고고학자가 요구하는 유물 또는 유구의 생산시점을 알려주지는 않다. 그리고 유물 각각을 대상으로 작성된 편년들은 모든 유구의 시간성을 파악하는 것에 제한적이기 때문에 한정된 연구에만 사용될 뿐이다. 결국 올바른 편년체계의 구축에 유용한 자료는 생산지에서의 공반유물 즉 유물복합체이고 이렇게 시간 성이 확정된 양식편년을 통하여 고고학의 목적에 접근할 수 있다. 그리고 소비지의 양식편년을 생산지의 양식편년으로 전환할 수 있는 방법도 모색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