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1980년대 초 도미 이후 지속적으로 기하학적 드로잉의 형태로 작업을 이어 가는 이상남의 도상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그가 뉴욕이라는 배경에서 과거의 국내 또는 뉴 욕 현지에서의 주된 미술의 조류에 동화되는 일 없이 독특한 기하학적이고 기계적인 이미지 로만 작업을 이어가는 과정을 마르셀 뒤샹이 1911년 이후 기계적 이미지를 화면에 도입하 고 그 이후로는 완전한 기하학적 추상, 또는 기계적 구성으로만 작품을 구성하는 점과 비교, 연구하고 있다. 이들 화풍에 공통되는 점은 첫째, 직전 세대에 통용되는 화법으로부터의 명 백한 단절을 꾀함으로써 전통회화적 기법에서 해방되고자 했다는 점, 둘째, 이를 위한 방법 으로 고질적 회화의 기술, 즉, 손이 익힌 화법을 차단하고자 몰개성(de-personalize)적인 기 하학 또는 기계 이미지만을 그리거나 제작했다는 점, 마지막으로 그렇기 때문에 이들에게 있 어 기하학은 20세기 초의 추상화로의 움직임에서 전형적인 순수한 형식상의 필요에 의한 변 화로만 파악하기는 어렵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인상학은 몸의 물질적 표면에서 내면의 정신성을 파악하려는 지식 구성물이다. 얼굴 이미지로 부터 성격유형론을 추론하려는 인상학 담론은 근대 신경과학에 의해 물질성 담론으로 번역된다. 이 과정에서 측정과 기록을 위한 의학 기계와 미디어 기계의 기입 방식이 자각된다. 벨라 발라즈와 발 터 벤야민은 기계에 의한 사물세계의 인상학적 구성을 해명한다. 사물의 인상학에서 기계의 작동은 하나의 표현으로 옮겨진다. 이러한 현상은 인간, 사물, 기계가 혼종된 미학의 가능성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