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이탈리아 미래주의 화가 루이지 루솔로가 1913년 3월에 선포한 「소음의 예술」 이 기계의 소리를 찬미하며 새로운 미학을 주창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미래주의자들이 가졌던 기술 권력에 대한 욕망을 내재하고 있음을 고찰하고자 한다. 미래주의자들은 산업화와 도시 화로의 역동적인 발전과 변화를 옹호했고 현대의 기술 발전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였다. 루솔 로는 현대 도시의 환경을 반영하는 소음을 음악에 편입시키고 인토나루모리와 같은 소음 악 기를 제작하면서 소음의 미학적인 잠재력을 모색하였다. 본 논문은 루솔로가 소음을 수용하 여 새로운 감각 경험을 제공하는 실험을 전개함으로써 현대 음악의 가능성을 확장한 기여를 인정하지만, 이와 동시에 전쟁의 소음도 긍정했던 점에 주목한다. 이러한 루솔로의 입장을 기계에 대한 미래주의의 태도 및 파시즘의 국가주의와 연관지어 분석하고자 한다. 이를 위하 여 다수의 미래주의 선언문들에서 표명된 기계에 대한 전망을 돌아보고, 기술과 전쟁을 현대 화의 근간으로 삼았던 미래주의의 급진주의적인 전망이 파시즘의 권력에 대한 욕망을 반영 하고 있음을 살펴보고자 한다. 궁극적으로는 「소음의 예술」이 전망했던 미학적인 혁신이 미 래주의가 추구했던 권력 욕망에서 결백하지 않음을 드러내고자 한다.
본 연구는 예술가가 작품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그 아이디어를 최초로 구현한 통합적 노 트인 플럭서스의 총보를 중심으로, 예술가의 통합적 노트가 융합적 창작을 기획하는 예술가 의 파라큐레토리얼의 실천으로써 가지는 시의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리하르트 바 그너의 ‘총체예술’부터 빈 분리파가 제시하는 ‘예술가사회’ 그리고 라즐로 모홀리 나기가 바 우하우스 극과 ‘총체극’에서 제안하는 동등한 협업관계까지 융합적 창작에 대한 태도와 방식 이 어떻게 확장되어왔는지 먼저 살펴본다. 이러한 협업에 대한 관계의 성향, 태도 등은 이후 1950-60년대 현대음악 작곡과 전위적 퍼포먼스에서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함께 활동 하는 과정을 중심으로 재조명할 수 있다. 특히, 플럭서스가 제시하는 느슨한 예술가 커뮤니 티와 인터미디어의 개념을 총체예술의 계보 안에서 고찰해본다. 그리고 이 개념을 바탕으로 플럭서스 예술가들의 구체적인 총보와 퍼포먼스 사례들에서 예술가들이 서로가 서로의 기획 에 어떻게 퍼포머의 역할을 수행하여 협업했는지 그 과정을 추적한다. 당시 작곡이나 각본, 드로잉과 같은 형식으로 작성된 예술가의 통합적 노트가 작품화 되는 과정은 여러 예술가들 의 협업을 필요로 했다. 이 연구는 오늘날 다원 예술에서 예술가들이 서로의 작품에서 다양 한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 중, 고려해야할 협업의 태도에 대한 지침이 될 것을 기대한다.
본 논문은 동시대 미술에서 나타나는 아카이브의 형식을 통해 개인의 차원에서 역사를 반추할 수 있는지 살펴본다. 아카이브는 단순히 기록 보관소의 역할을 넘어서 사적인 기억을 재편하고 가상의 서사를 전개하는 데 두루 활용되고 있다. 또한 선형적인 시간성을 의도적 으로 흐트러뜨려 본래와 다른 맥락을 만들어내며 현재를 과거와 매개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그렇게 선별된 것들은 탈맥락화의 과정을 거쳐 임의적이고 가변적인 의미를 갖게 된다. 이러한 작업은 개인이 집단과 맺게 되는 관계에 질문을 던지고 흩어진 과거의 흔적을 재구성하여 비공식적인 역사로 다시 쓰려는 시도이다. 이를 위해 본인과 마르셀 뒤샹, 아크람 자타리의 작품을 사례로 분석하여 대안 서사의 개념을 고찰해보고자 한다. 결국 이 논문은 수집과 배 열의 방법론을 통해 과거의 잔해를 발굴하고 새로운 형태로 복원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모색한다.
본 연구는 독일 외교관이었던 리하르트 헤르츠(1898-1961)가 한국에 체류한 시기(1956- 1960) 동안 고미술품 수집과 예술가 후원에 힘썼으며 미술평론에 힘썼던 배경과 활동을 살펴본다. 그가 함부르크 대학에서 어윈 파노프스키 하에 수학했으며 외교관으로서 아시아 미술을 수집하던 컬렉터이며 나치 하의 독일을 떠나 미국으로 망명한 후 미학 저서와 글을 발표했던 독일계 유대인 지식인이었음을 밝히고 그의 지적 배경을 분석한다. 그리고 한국에 서 영어와 한글로 발표한 그의 평론과 잦은 전시장 방문은 당시 취약했던 한국 평론계의 권 위를 세우는데 기여했으며 미술의 ‘현대성’을 두고 방향을 모색하던 시기에 한국 작가들이 서구 모더니즘과 추상미술을 추종하던 분위기에 일조했다는 점을 밝힌다.
본 논문은 1980년대 초 도미 이후 지속적으로 기하학적 드로잉의 형태로 작업을 이어 가는 이상남의 도상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그가 뉴욕이라는 배경에서 과거의 국내 또는 뉴 욕 현지에서의 주된 미술의 조류에 동화되는 일 없이 독특한 기하학적이고 기계적인 이미지 로만 작업을 이어가는 과정을 마르셀 뒤샹이 1911년 이후 기계적 이미지를 화면에 도입하 고 그 이후로는 완전한 기하학적 추상, 또는 기계적 구성으로만 작품을 구성하는 점과 비교, 연구하고 있다. 이들 화풍에 공통되는 점은 첫째, 직전 세대에 통용되는 화법으로부터의 명 백한 단절을 꾀함으로써 전통회화적 기법에서 해방되고자 했다는 점, 둘째, 이를 위한 방법 으로 고질적 회화의 기술, 즉, 손이 익힌 화법을 차단하고자 몰개성(de-personalize)적인 기 하학 또는 기계 이미지만을 그리거나 제작했다는 점, 마지막으로 그렇기 때문에 이들에게 있 어 기하학은 20세기 초의 추상화로의 움직임에서 전형적인 순수한 형식상의 필요에 의한 변 화로만 파악하기는 어렵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캐나다 미술가 마이클 스노우는 1971년에 캐나다의 북방 야생지 풍경을 담은 영화 <중 심지대>를 제작하였다. 북방 야생지는 1920년대 캐나다의 풍경화가 모임인 그룹 오브 세븐 이후 캐나다 미술에서 자주 다뤄져 온 독특한 주제이다. 그룹 오브 세븐의 작품에서 북방 야 생지는 태초의 신성한 장소로 표현되는데 이 같은 풍경에는 북방 야생지에서 캐나다의 역사 적 기원을 설립하고 통치권을 주장하려는 민족주의적이고 식민주의적인 의도가 반영되어 있 었다. 스노우는 <중심지대>에서 그룹 오브 세븐에 의해 만들어진 캐나다 풍경화 전통을 해체 한다. 그는 무한하게 회전하는 카메라 움직임을 통해 전지적인 단일 시점으로 그려진 그룹 오브 세븐의 북방 야생지 풍경을 탈중심적인 우주 풍경으로 전환한다. 또한 카메라 움직임에 의한 운동감각적 시각과 전자음에 의한 신경계적 청각을 통해 프레임의 물질적 표면을 접촉 하고 스치는 듯한 촉지적인 감각 경험을 생성한다. 즉 <중심지대>는 그룹 오브 세븐의 시각 중심적 풍경화에서 벗어나 영화 매체에 의해 야기되는 다감각적 풍경을 제시하면서 북방 야 생지에 대한 기존의 의미와 경험을 재구성한다.
이 논문은 호세 에스테반 무뇨즈의 탈동일시 개념을 바탕으로 아파르트헤이트 해체 이후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여성 노동자의 젠더적, 인종적, 계층적 정체성을 새롭게 탐색하고 그에 따른 사회적 역할을 재정의하는 미술 작업을 조명한다. 브리짓 베이커의 장소-특정적 퍼포먼스 사진인 《블루칼라 소녀》 연작과 메리 시반데의 ‘블루 시기’ 소피의 극사실주의 조각 및 사진 은 슈퍼히어로의 속성이 덧입혀진 블루칼라 노동자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이에 주목한 본 연구는 두 작업의 매체적, 형식적 특성, 서술의 구조, 그리고 창작과 전시의 맥락 등을 촘촘히 분석하며 베이커와 시반데가 각각 어떻게 슈퍼히어로의 이미지와 서사가 지닌 전통과 권위를 비판적으로 차용하여 여성 노동의 사회정치적 개념을 재구축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지 논의한다. 나아가, 베이커와 시반데의 작업이 공유하는 노동과 패션 사이 의 시각적, 정치적 역학, 그리고 작가의 예술적 실천과 캐릭터의 노동 모두에 내재한 수행적 속성이 남아공 여성 노동자들의 사회정치적 영향력의 확장으로 연결되고 있음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