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에서는 고전기 아테네 도기에 대한 미술사학자들과 고고학자들의 관점과 접근 방법이 ‘도기화’의 조형 양식과 주제에 대한 탐구로부터 시장 가치와 사회적 기능에 대한 문 화적 맥락 탐구로 전환되어 온 양상을 고찰한다. 20세기 초 존 D. 비즐리와 에드몬드 포티 에가 시작한 자료 집체 작업으로부터 고전기 그리스 세계에서 아테네산 적회식 도기의 시장 가격, 유통과 소비 양상, 도공과 도기화가의 제조 공방의 운영 양상 등에 대한 동시대 쟁점 들은 고대 그리스 회화 장식도기 연구에서 미술사적 패러다임이 어떻게 작용했는지, 그리고 사회적 맥락에 대한 기초 자료의 필요성이 어떻게 증대되었는지 보여준다.
‘수묵화’가 아시아의 역사적 정체성을 띠고 서구에 대항하는 수단이 되면서 미술시장에 서 변화를 만들고 있다면, 그 차별화된 미술시장에서 새로운 변화는 무엇일까? 본 연구는 중 국의 개혁・개방 이후로 경제 발전기인 1990년대부터 ‘당대 미술(컨템포러리 아트)’로서 ‘수 묵화’를 중심으로 그 의미와 한계를 고찰해 보고자 한다. 1990년대부터 시작된 미술품 경매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2010년대에 이르면 아트페어와 같은 시장이 현지화한다. 따라서 본 논문은 사회주의 중국에서 반(反)전통과 반(反)서구적 방법으로 모색했던 ‘신수묵’의 범주에 속한 ‘실험수묵’이 어떤 당대적 의미를 담거나 포기하고 있는지를 살펴본 것이다.
오늘날 디지털 환경은 인간과 사회를 통찰할 수 있는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며 지식 생산 전반의 혁신을 견인하고 있다. 이에 해외 학계에서는 ‘디지털 미술사’ 분과를 출범하여 미술사 연구 과정에 디지털 기술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디지털 시대에 조응하는 ‘동시대의 미술사’이자 전통 미술사 담론에 새로운 지식과 질문을 제안할 ‘미래의 미술사’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디지털 미술사에 대한 인식 부족 및 그 필요성과 유용성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바 본 연구에서는 디지털 미술사가 태동하게 된 계기와 국내・외 디지털 미술사의 상이한 발전 과정 속 특기할만한 차이를 규명하고자 하였다. 또한 디지털 미술사의 대표적 연구 방법론인 공학적 분석을 통한 화풍 정량화 및 이를 통한 실질적 연구 사례들을 소개함으로써 디지털 미술사의 효용 가치 및 현실적 방향성을 제시하였다. 본고의 이러한 고찰은 디지털 미술사가 국내 학계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한 현실적 제반 상황들을 살펴보기 위함으로, 본고를 통해 ‘디지털화된’ 미술사가 아닌 ‘디지털’ 미술사로의 방향성을 정립할 수 있기를, 나아가 미술사 연구의 외연 확장을 도모할 수 있기를 바라는 바이다.
본 연구에서는 프랭크 볼링의 분실된 그림 <렌트Lent >(1963) 사례를 통해 한 그림의 실물 복제품과 디지털 복제품 사이의 관계를 조명하였다. 원본은 볼링의 초기 경력에서 가장 중요한 그림 중 하나였으나, 1980년대 초에 그의 작업실에서 사라져 버렸다. 따라서 <렌트> 의 복제는 볼링의 기억과 프로세스에 대한 설명에 기초해서 원본에 대한 (낮은 해상도의) 디지털 복제물을 이용해 실행되었다. 필자는 이 연구에서 복제물과 함께 텍스처, 제스처, 색 상의 복제에 대한 도전을 중점적으로 다루었으며, 복제물이 쉽게 포착할 수 없는 회화의 고 유한 특징에 대한 문제도 살펴보고자 하였다. 또한 원래 작품의 새로운 측면을 드러내기 위 해서 디지털 복제물을 조작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모색해 보았다. 볼링의 동의하에 필자는 이 연구에서 복제품의 운명과 원작과의 관계를 고찰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원작과 관련된 회 화 복제품과 디지털 복제품의 존재론적 상태, 기능, 가치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자 하였다.
이 글은 내가 최근에 종이 위에 작업한 작품들의 개요를 보여주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통해 작품들에서의 터치, 시간, 운동의 모든 측면과, 제작 과정과 관람 경험에 대한 발견을 전반적으로 제공하고자 한다. 나는 2022년의 대형 드로잉 작업 <목욕하는 사람들 I>과 2023년의 새로운 디지털 비디오 <그림자 속의 어떤 빛>에서 번역과 변환에 집중하고 있는 데, 손으로 들고 촬영하는 방식으로 터치, 시간, 운동의 요소들이 아이폰 카메라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이때 다양한 해상도와 프레임 속도의 사용은 후반 작업에 서 영상의 속도를 늦추는 방식과 결합하여 새로운 등가물을 만들어 내게 된다. 나는 갤러리 에서의 관람객들의 실시간 시청 경험을 고려하고 탐색하기 위해 스튜디오에서의 활동 결과 를 병렬하고 기록하는 촬영 관행도 개발하였다. 이는 특히 커다란 포맷의 네거티브 이미지 아날로그 사진들을 이용하여 손으로 만든 작품을 치환하는 것을 탐구한 나의 초기 실습을 통해서 맥락화된 결과이다. 나는 또한 이 글에서 19세기 후반의 사진, 광학, 회화의 발전, 특히 조르주 쇠라의 점묘법 작품과 나의 현재 작업 사이의 연관성에 대해 논의했다.
이 글은 2023년 5월 서울 아트선재센터에서 개최된 '디지털 복제 시대의 회화' 세미나 에서 발표했던 글을 발전시킨 것으로, 회화를 스크린과 모바일 기기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복 제하는 것과 마주할 때의 충격과 윤리적 측면을 조명해 보고자 하였다. 이 연구에서 나는 영 국의 영화 제작자 사이먼 이브즈가 그의 영화 <회화의 초상>(2022)에서 나의 그림들 가운데 하나를 클로즈업하여 묘사한 것을 토대로, 클로즈업의 개념에 대해 고찰해 보고, 회화에 대 한 디지털 복제가 예술작품에 대한 번역이 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검토해 보았다.
2000년대 한국 현대미술에서 하나의 두드러진 경향을 뽑자면 단연 역사의 부활이라고 할 수 있다. 본 연구는 포스트모더니즘과 결합한 탈식민주의 담론, 역사학계에서 일어난 ‘기 억의 붐,’ 그리고 90년대 중반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한 비서구 지역의 비엔날레의 영향 속에 서 2000년대 한국미술의 역사가 소환되는 세 가지 경향을 살펴본다. 첫 번째 작품은 임흥순 의 <비념>으로, 증언 이후 세대이자 비당사자인 작가의 시선이 제주4.3이라는 사건 속에서 느끼는 이질감과 비판적 거리두기의 방식을 주목한다. 두 번째는 제인 진 카이젠의 <이별의 공동체>로, 가족과 국가로부터 버림받은 여성들의 목소리가 어떻게 대항적인 역사쓰기를 시 도하는지 살펴본다. 마지막은 송상희의 <다시 살아나거라, 아가야>로, 폭력에 대한 근현대 지구사의 횡단이 이성과 진보를 추구한 근대문명의 야만성으로 귀결되는 방식을 검토한다. 본 작품들은 국가가 기념하는 공식적인 역사에 대항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역사를 문제삼 는 방식이나 역사를 재구성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서로 다른 관점을 갖고 있다. 본 연구는 작 품들이 제시하는 역사에 대한 태도가 어떤 함의를 지니는지 이러한 경향들이 오늘날 아시아 를 포함한 동시대 예술의 지형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평가해보고자 한다.
본 논문은 데미안 허스트의 2017년 전시 ≪믿을 수 없는 난파선의 보물≫전이 그가 오 랫동안 다루어 왔던 믿음의 문제와 결부되어 있음을 밝히고 비평적으로 재조명한다. 그동안 삶과 죽음을 다루는 작가로 알려진 허스트는 이 전시에서 자신의 작품들이 고대 난파선에서 인양된 유물이라 주장하면서 ‘정당화된 믿음,’ ‘역사,’ ‘신,’ ‘종교’와 같은 다양한 질문들도 같이 인양해왔다. 여기서 그의 예술은 서사와 이미지의 결합을 통해 우리의 정당화된 믿음 체계를 해체하는 수단이 된다. 본 논문은 이 전시에 대한 다양한 평가들을 고려하고 믿음 체 계와 연관된 문제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이 전시가 던지는 인지적 혼란을 허구적 재현의 대상으로, 혹은 재미와 흥미의 요소로서 전적으로 수용하기는 어렵다. 본 논문은 그가 지속 적으로 천착해 온 종교의 문제와 이 전시가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음을 드러내고자 한다. 이 전시에서 그는 고대의 종교였던 신화를 허구적인 서사의 층위로 끌어내려 해체하는 대신, 자 신의 서사를 만들어낸다. 그에게 신화는 서사와 다름없는 것이기에 서사의 창작은 신화의 창 조이며, 이는 종교의 기원이 된다. 이 전시의 도발적인 질문들과 숨겨진 주장들은 예술의 존 재론에 대한 숙고를 촉구한다. 이와 동시에 이 전시는 상품미학과 결합한 예술과, 서사의 창 작자로서 작가 자신을 부각시키고 있다. ≪믿을 수 없는 난파선의 보물≫전으로 인양된 난 제는 믿음을 다루는 허스트가 예술-종교라는 주문으로 관람자를 미혹한다는 것이다.
본 연구는 콰욜라 작품에서 컴퓨터 알고리즘 기술이 주체로서, 인간이 재현한 이미지를 디지털 이미지로 재창조하는 데서 발생한 숭고적 의미와 특성을 고찰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콰욜라 작품이 인간중심성을 비판적으로 성찰한다는 점을 살펴본다. 숭고에서 주체는 변형 되고 비결정화되어 이전과 다른 창조적 자아로 거듭난다. 숭고에서 주체의 이런 양상은 주체 로서 알고리즘 기술이 대상에 야기하는 현상과 유사하다. 알고리즘 기술은 대상을 데이터화 함으로써 대상에 창조적 잠재력을 준다. 데이터로서 비결정화 된 대상은 다른 존재들로 다시 변형되어 이전과 불일치할 가능성을 갖기 때문이다. ≪포로들 #B06 Captives #B06≫ (2014)과 ≪유적: 프로방스 Remains: Provance≫(2016)에서 알고리즘 기술은 대상을 변 형, 비결정화 하고 이전과 불일치하게 만들어 대상에 창조적 잠재력과 숭고적 특성을 준다. 그래서 인간 시각에 대한 차이를 발생시켜 인간 시각과 근본적으로 같지만 다른 형태를 지 니는 기계의 시각을 제시한다. 그리하여 알고리즘 기술은 인간이 기계의 시각을 통해 자신에 대한 메타적 보기를 가능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