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웨스트민스터 궁 장식을 목표로 1843년 열린 카툰 경연대회에 관한 연구이다. 140점이 선보인 카툰 경연대회는 영국에서 전례 없는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1841년 왕립위원회는 새 국회의사당 재건에 맞춰 영국 내 순수미술을 진흥시키기 위해 발족되었다. 본 연구 는 웨스트민스터 궁 아카이브가 소장하고 있는 보고서 자료들을 통해 1843년 카툰 경연대회를 분석하고자 한다. 카툰 경연대회 공고문에 따 르면 매체는 프레스코로, 주제는 영국 역사와 밀톤, 스펜서, 세익스피어 문학으로 제한했다. 그러나 카툰 경연대회는 영국 미술의 진흥을 목표 로 했으나 실천 과정에서 여러 가지 허점을 보였다. 이는 국가 규모의 행사에 비해 사전에 충분한 준비 없이 개최되었음을 나타낸다. 비록 준비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으나 순수미술 진흥을 기치로 내건 카툰 경연대회는 빅토리안 벽화사의 태동과 전개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카툰 경연대회는 영국 미술의 기초 부족이라는 자각과 함께 영국 미술을 장려하기 위한 국가적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따라서 이러한 자각과 시도, 노력은 독립적 학문으로서 빅토리안 회화사와 구분되는 빅토리안 벽화사 정립의 필요성을 촉구한다.
본 연구는 케이트 크로포드와 블라단 욜러의 협업 프로젝트인 <AI 시스템의 해부>를 중심으로 인간, 사회, 지구를 관통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의 작동에 대한 그들의 비판적 담론을 읽어내는 데에 목적이 있다. <AI 시스템의 해부>는 인공지능 음성인식 스피커인 아마존 에코를 사례로 삼아 인공지능 기술세계의 물질적, 사회적 조건을 가시화한 ‘데이터 시각화’로서, 인공지능 시스템의 이면에 감추어진 노동, 데이터, 자원의 무자비한 추출 구조를 드러낸 해부학적 지도이다. 크로포드와 욜러는 인공지능 기술이 작동하는 기술세계의 지형을 탐구하고 시각화하 기 위해 ‘비판적 지도제작’을 중요한 인식적, 실천적 방법으로 사용해 왔다. 이에 본고는 <AI 시스템의 해부>에 대한 ‘지도 읽기’를 수행하되, 철학자 레비 브라이언트가 ‘존재지도학’에서 제시하는 지형학의 네 가지 요소를 범주로 삼아 거대 기술세계 지형도의 구조와 의미를 분석하였 다. 이를 통해 본고는 크로포트와 욜러의 지형도가 인공지능 기술세계의 광범위한 추출주의를 비판적으로 가시화하고 있음을 강조하였다.
이 논문은 일제강점기 화단에 자리했던 생명주의적 접근법이 20세기 후반에도 강력하게, 그러나 달라진 양상으로 지속되었음 을 조명하는 시도이다. 1950년대 한국미술에서는 ‘생명’, 그리고 그에 인접한 여러 어휘들, 예를 들면 ‘유기적’, ‘오가닉’, ‘유동’, ‘움직임’, ‘흐름’, ‘힘’, ‘기운’, ‘생기’, ‘활기’, ‘활력’, ‘에네르기’, ‘바이탈리티’, ‘다이나미즘’ 등이 널리 강조되었다. 이 논문은 일제 강점기부터 지속된 생명의 미술론이 어떻게 재현에 근거를 둔 감정이입을 뒤로하고 추상을 통한 화면의 활기를 새롭게 생명감의 원천으로 받아들이며 확장되었는지 탐색한다. 이를 통해 이 전환이 1950년대 이후 생명주의적 접근법의 지속에 주요 계기가 되었 음을 주장한다.
본 논문은 1960-1970년대 동양화단에서 추상회화, 태피스트리, 판화를 거쳐 동양화로 선회한 박래현(朴崍賢, 1920-1976)을 분석한 연구이다. 이를 위해 동양화단이 주체성과 시대성이라는 대립 양상을 보이며 현대화를 전개했던 주요 흐름을 먼저 살펴본 다. 그리고 박래현이 남긴 다수의 기고문에 나타난 미술 양식과 재료, 태도 등을 통해 현대화에 대한 예술 인식이 어떻게 변화했 는지 고찰한다. 이러한 작업은 그동안 반추상 또는 추상 시기 작품을 통해 동양화를 현대화, 즉 서구화한 사례로 조명하거나, 미국 유학 시기의 태피스트리와 판화만을 조명함으로써 동양화단을 떠나 새로운 장르를 모색한 작가로 여겨졌던 박래현을 재고하려는 시도이다. 본 연구는 박래현의 현대화 방식이 기존에 주로 알려진 동양화단의 이원적 대립 노선 외에 보다 다양한 국면을 형성했 으며, 과거에 대한 반성적 계시와 함께 미래지향적인 자세와 확장된 지평을 제시해 준 것임을 밝힌다.
본고는 피터 무어가 찍은 백남준의 <필름을 위한 선> 퍼포먼스와 에릭 크롤이 찍은 <TV 부처> 전시에서의 기록사진을 살피며, 미술 아카 이브에서 작품과 함께 등장하는 작가 모습을 담은 사진이 작가가 화면과 어떠한 관계를 맺고자 하는지 발견케 한다는 점을 논한다. 이들은 작가가 자신의 작업과 마주하는 순간을 담은 단편적 기록일 수 있으나 그것은 작가 자신이 화면과 마주하는 의도된 시선과 태도를 드러낸다. 이후 본고는 이를 작품과 감상자(작가)가 연합된 객체를 구성한다는 하먼의 예술객체 개념 하에 살피며, 이런 혼성객체 내부에서 지각자와 감각객체의 '진솔한 몰입'은 예술경험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본다. 이를 통해 본고는 기록사진이 제1관객이자 모범적 관객으 로서의 작가가 어떠한 태도로 작품과 함께하며 작품과 진솔한 관계를 맺는지 살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을 주장하며, 이는 결국 사진을 보는 이들과 해당 작품의 미래 관객에게 작품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는 일종의 형식과 틀을 제시한다고 말하고자 한다. 이러한 주장은 하먼의 예술객체를 감상자뿐 아니라 생산자이자 창작자까지 포함하여 탐색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본 논문은 이완의 작업, <메이드인>(2013)과 <고유시>(2017)를 중심으로, 포디즘 이후 등장한 네트워크 사회의 기술적 및 경제적 전환의 동기와 인과를 조명한다. 이 특정한 역사적 맥락에서 노동과 자본주의 가속도, 그리고 그 사회경제적 구조의 권력 역학이 행복의 개념과 이미 지를 개인적 이상에서 정량화된 기호의 척도로 전환하는 과정을 분석한다. 특히 1980년대 이후 디지털 네트워크의 융합은 물질적 상품을 넘 어 기호와 데이터의 생산 및 소비가 지배적인 환경을 조성하며, 글로벌 소비사회에서 개인 행복 담론이 노동의 추상화, 시간의 공간화, 그리고 계층적 구분과 동질화의 역학 속에서 재구성되는 방식을 드러낸다. 본 연구는 이완의 작업을 중심으로, 디지털 스펙터클이 초래하는 개인 행복 조건의 상품화 과정을 조명하며, 이를 통해 현대 소비사회에서 수직적 계층화와 수평적 동질화를 지속시키는 구조적 역학을 고찰한다.
동시대 미술에서 아카이브 기반 실천의 유형화는 아카이브의 출처나 원천에 대한 미술가의 태도와 입장은 중요한 기준, 또는 참조틀이다. 아카이브 미술은 이른바 ‘출처의 원칙’을 따를 필요가 있지만 동시에 미술로서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아카이브의 출처에 대한 접근 태도나 방식에 따라 동시대 한국미술의 아카이브 기반 실천은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객관과 주관, 사실과 허구 사이 에서 진동하는 유형이다. 이 유형의 미술가는 ‘출처’의 확인에 몰두하면서 한편으로는 지극히 사적인 연금술을 부려 다른 역사를 만들어내고자 한다. 이 미술가의 아카이브 기반 실천은 아카이브의 원천을 맴돈다. 둘째는 불일치를 만들기 위한 지침으로서 일치나 공명을 추구하는 유형이 다. 이 미술가의 실천에서는 과거의 사물이 현재와 미래의 새로운 사건으로 되는 것이다. 여기서는 수집된 사물을 활성화하고 의미를 생성시키 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는 아카이브 기반 실천을 통해 일치될 수 없는 것을 일치시키고자 하는 유형이다. 이 미술가의 실천은 아카이브의 출처 와 최대한 가까운 자리를 점하는 데 초점을 둔다. 이 미술가의 작업을 추동하는 것은 소유와 소지의 감각, 가까운 거리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촉각, 그리고 돌봄의 감각이다.
이 연구는 동시대 비엔날레 전시와 담론의 실천적 사례를 통한 예술의 사건성에 주목한다. 전 지구적 생태 환경 파괴의 대안을 찾는 ‘글로벌 담론’의 미술과 제주도라는 현실의 ‘사건과 장소성’이 만나는 제 3 회 제주비엔날레가 연구의 대상이다. 제주도는 한반도 남단에 위치한 자연 생태 환경과 ‘4.3’의 비극적 역사 경험의 장소로 기후위기는 곧 생존과 직결된다. 코로나 19 로 팬데믹을 경험한 세계가 이에 대한 진단과 대안을 찾는 시점에서 제주도의 삼성혈부터 가파도에 이르는 구체적인 장소 6 곳에서 전지구적 현실을 사유하고 경험하게 하였다. 이것이 제 3 회 제주비엔날레의 ‘글로벌 담론과 로컬 정체성의 횡단’의 과정이다. 비엔날레의 주제인 “움직이는 달, 다가서는 땅”은 동시대 기후위기로부터 자연의 생동과 인간/비인간의 행성적, 물질적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비엔날레 전시는 예술가들의 ‘유목적 정주와 로컬의 장소성’, ‘횡단의 실천이 곧 로컬의 공동체 그리고 환경의 협업’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동시대성을 이루는 글로벌 담론은 로컬의 현실과의 끊임없는 접목과 중첩의 사유를 통해 의미가 풍요로워지며 이것이 비엔날레가 로컬과 더 깊게 관계맺기를 시도해야 하는 이유이다. 결론적으로 제 3 회 제주비엔날레는 기후위기라는 글로벌 담론의 예술적 실천으로 동시대 비엔날레의 사회적 역할과 의미를 사유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본 논문에서는 한국미술이론학회의 지난 20여 년간의 학술적인 성과를 학술대회 및 학술지 『미술이론과 현장』에 수록된 논문을 중심으 로 살펴본다. 2003년 출범한 한국미술이론학회는 2023년 창립 20주년을 맞이하며 명실상부 견실한 학회로 자리매김하였다. 학회지 『미술이 론과 현장』은 최근의 국내외 새로운 연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다양한 주제의 연구들을 포괄하여 미술에 대한 전문적이면서도 폭넓은 논의 를 아우르는 장이 되어왔다. 본 논문에서는 학술대회의 주제 변화에 따라 4 시기로 구분하여 검토하였다. 학회 출범 초기 방향성 모색 (2003-2004년), 이념적, 현실적 맥락과 연관된 미술 이슈들(2005-1013년), 뉴미디어, 과학, 기술과 미술의 관계(2014-2015년), 미술현장의 주체, 매체, 실천(2016-2023년)이 학회가 시기별로 이끌어온 주제였다. 이와 더불어 자유투고 논문의 경향을 살펴보고, 인용 빈도가 높은 논문을 통해 시의성 있는 연구가 무엇이었는지 파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