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이츠의 『자서전』은 어린 시절의 회상, 가족과의 이별, 다양한 집단과의 교류, 그리고 자아형성을 거쳐 시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묘사한다. 그러나 연대기적 진행은 서사를 일관성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예이츠가 자신의 경험에 부여한 여러 문체적 장치에 의해 그 서사는 분명하지 않고 애매함을 지닌다. 이미지의 불연속성과 여러 기억들, 애매함과 명료함을 넘나드는 표현 등이 결합되어, 그의 자아와 주변세계는 모호하고 단편적인 속성을 지닌다. 예이츠는 또한 종종 응축된 이미지에서 새로운 인물과 사건을 갑자기 도입하여 연속된 절들 사이의 연계가 서로 상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이 불연속성은 그가 시간, 장소, 인물을 독특하게 표현하거나, 접속사의 연속적인 사용 및 생략하는 구문을 선택하거나, 식구, 친구 및 경쟁자에 대해 단편적으로 재현하는 방식과 관련이 있다. 『자서전』을 저술하면서 예이츠는 글을 쓰는 현재의 순간에서 바라본 자아, 그렇지 않았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자아를 재구성한다.
본고는 두십낭 고사가 명나라 말기 송무징의 전기「負情儂傳」에서 기원하여 풍몽룡의 백화단편소설「 두십낭이 분노하여 백보상을 던지다(杜十娘怒沉百寶箱)」 를 거쳐 임어당의『미스 두(Miss Tu)』로 변천한 과정을 고찰하였다. 송무징은 유가의 열녀 형상에 입각하여 역사가의 객관적 태도와 역사서술방식을 차용해서 두십낭을 이상적으로 묘사했다.「負情儂傳」이 두십낭의 원망을 위로하기 위한 서사였다면, 풍몽룡은 변치않는 사랑을 실천한 두십낭을 송양 하고 독자를 교화하기 위해 다시 썼다. 그리고 등장인물의 선행과 악행에 따른 인과응보의 결말을 첨가함으로써 교훈성을 강화했다. 임어당의『미스 두』는 뛰어난 노래재능을 사회에서 인정받고, 평등한 사랑을 주체적으로 추구하는 근대적 여성으로 두십낭을 형상화했다. 그리고 남자주인공을 동정하고 변호하면서, 이들의 애정비극은 남성의 배신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낭만적 애정의 속성으로 인해 빚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리하여 두십낭 고사는 낭만적 사랑에 대한 찬사와 그 위험성을 알리는 근대적 애정소설로 진화하였다.
17세기 프랑스 고전주의 미학의 정립 과정에서 주요한 역할을 수행했던 니콜라스 푸생과 샤를르 르 브룅 그리고 앙드레 펠리비앙은 공통적으로 세밀한 소묘와 명확한 양식에 의해 창출되는 이성적 미의 개념을 강조했다. 이들은 회화 작업 과정에서 소묘와 색채는 각기 다른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며 두개의 표현 수단이 지닌 가치 또한 상이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소묘는 지적이며 이성적인 영역에 속하고 색채는 물질적이며 기술적 작업이라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었다. 회회 작업에서 소묘와 색채 간의 우월 관계를 규정하면서 소묘 중심적인 회화 이론을 왕립 미술아카데미의 규범으로 채택하려는 이들의 시도는 색채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1670년대 프랑스 왕립 미술아카데미에서 시작된 색채 논쟁은 소묘를 중시여기는 고전주의 화가 및 미술 이론가들과 색채 미학의 추종자들 간의 미학적 대립을 의미한다. 본 논문에서는 1660년대 프랑스 고전주의 미학이 정립되던 시점에서 1700년대 초 로코코 미학이 태동하던 시기 사이 프랑스 미술계에서 이루어진 루벤스 작품에 관한 해석과 평가 그리고 수용 과정을 색채 논쟁과 로제 드 필의 저술 활동을 중심으로 조망해 보고자 한다.
이 논문은 존 밀링턴 싱의 작품『데어드라의 슬픔』을 셰익스피어의『로미오와 줄리엣』과 예이츠의 『데어드라』를 비교, 탐구한다. 싱과 예이츠는 그들의 극을 아일랜드의 데어드라 전설에 근거했지만 줄리엣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싱의 데어드라는 여전히 어렴풋하고 신화적인 예이츠의 여주인공과 크게 다르다. 싱의 데어드라는 신성하거나 거룩하지도 않지만 인간임이 무엇인지 보여주는데, 이것은 그가 작품을 쓰고 있을 당시에 가졌던 그의 삶에 대한 고민들을 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