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에서 태어난 미칼 로브너(Michal Rovner, 1957~ )는 1987에 뉴욕으 로 이주한 후 사진과 비디오 및 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 그녀의 작품에는 경계를 넘 어가는 존재들의 다양한 현실이 반영된다. 이는 반복되는 이주와 이산을 경험한 디아 스포라의 서사로 읽혀지며, 이스라엘과 미국을 오가며 살아가는 그녀의 삶이 그러한 서사를 뒷받침한다고 할 수 있다. 초기의 사진에서 로브너는 단순한 이미지에 여러 단계의 조작(폴라로이드 사진 촬영, 확대 및 재촬영, 채색 등)을 더해 작품을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은 이미지의 크기와 질감, 색상이 크게 달라져 추상회화처럼 평면화되고, 실체는 무게감 과 공간감을 상실하여 부유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한 로브너의 공간 처리 방식은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비디오 작업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녀의 작품은 이스라엘 주변 국가와 유대인의 관계가 배경을 이루기 때문에 작품에는 필연적으로 국가적 충 돌이나 민족적 갈등에서 비롯된 경계와 ‘사이의 공간’에 대한 생각이 드러난다. 그러나 로브너는 이데올로기가 대립하는 특정 장소에 대한 정보를 지우고 모호한 공간을 제 시함으로써 작품에 다층적인 의미 구조를 부여한다. 이는 감상자로 하여금 외부의 압력 이나 조작으로부터 왜곡된 이미지가 아닌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게 하고 이데올로기 가 대립하는 장에서 공존하는 방법을 고민하게 하려는 로브너의 의도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