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사찰에는 전통이 오래되었든 그렇지 않든 경판이나 책자가 전 해지고 있으며, 그 가운데 대표적인 책자의 하나가 경중왕(經中王)으로 신앙 되는 『법화경』이라고 할 수 있다. 『법화경』의 ‘수지(受持)ㆍ독송(讀 經)ㆍ송경(誦經)ㆍ해설(解說)ㆍ서사(書寫)의 오종법사(五種法事) 사상은 불 교의 전통 의례 문화를 산출하는 역할을 하였는데, 수지하여 독송하고 송 경하며 해설하고 서사하는 신앙 문화는 한국불교의 법석의례(法席儀禮)로 서 17세기 중엽을 지나면서 영산작법(靈山作法)→영산재(靈山齋)라는 독 특한 한국불교의 대표적인 무형문화로 발전하였다. 영산재는 망자의 칠칠재(七七齋)를 위해 『법화경』을 독송하고 명부의 시왕(十王)에게 권공하는 의례가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혼령을 모시 는 시련(侍輦)의식, 혼령을 맞이하여 법문하는 대령(對靈)의식, 혼령을 목 욕하는 관욕(灌浴)의식, 저승돈을 만드는 조전(造錢)의식, 옹호도량(擁護 道場)를 청하는 신중작법(神衆作法)의식, 괘불탱화를 모시는 괘불이운(掛 佛移運)의식, 영산작법의식, 재승(齋僧)의 식당작법(食堂作法)의식, 명부권 공(冥府勸供)의식, 혼령에게 제사를 올리는 관음시식(觀音施食)을, 끝으로 봉송(奉送)의식 순서로 진행된다. 영산재에는 전통의 소리인 범패와 신업 공양(身業供養)이라는 작법무(作法舞)가 동반된다. 한국의 사찰에 『법화경』이 소장 전승되고 있다고 하는 것은 오종법사 를 봉행하고, 아울러 세계 인류의 無形遺産인 영산재와 같은 전통의 불 교문화를 설행(設行)하기 위해서임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에게 존재하는 불성(佛性)을 소에 비유한 심우도는 선(禪)의 수 행 단계를 소와 동자에 비유한 그림이다. 방황하는 자신의 본성을 발 견하고 깨달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10단계의 그림으로 표현하였 다. 반면에『법화경』「신해품」에 나오는‘장자궁자의 비유’는 아버지 인 장자의 곁을 떠나 타국에서 고생하던 아들이 아버지 곁으로 돌아 와 모든 재산을 상속받는다는 이야기이다. 불성을 잃어버린 중생들 이 삼계를 윤회하고 있음을 불쌍히 여기고 깨달음을 주기 위해 비유 적으로 설법한 이야기이다. 여기서 장자는‘부처’를 그 아들인‘궁 자’는 불성을 찾아 헤매는 구도자나 무지한 중생으로 해석된다. 그러 나 경우에 따라서는 무엇인가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세상 속을 헤 매고 있는, 이것저것 도모해 보지만 갈피를 잡지 못하고 갈등하는 정 신적 사춘기를 상징하거나, 또는 자아의 근원을 찾아 방황하며 떠도 는 인간 그 자체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장자궁자의 비유’는 궁자의 가출에서 귀향까지의 과정이 심우도 에서 동자가 소를 찾기까지의 과정과 닮은 점이 많다. 마음의 본질을 한 단계씩 깨우쳐 나아가면 성인(聖人)이 되고 결국 지혜를 얻게 된 다는 이야기인‘심우도’와‘장자궁자의 비유’에서 궁자의 귀향 과정 은 마치 인생을 살아가며 성장해 가는 자아인식의 단계들처럼 보이 기도 한다. 본고는‘심우도’와『법화경』이라는 매우 이질적인 종파적 배경 속에서 표현되고 있는 설법의 내용을 상담심리학적 관점에서 접근하여 자아발견의 과정으로 보았다. 두 내용을 형태상으로 대별 하여 비교 분석함으로써 두 사상의 지향점이 지니는 공통분모가 무 엇인가를 살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