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권력, 뇌물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비리, 이로 인한 사회적 불신은 우리 사회의 통합을 저해하는 요소로서 끊임없이 터져나오고 있다. 더더욱 불행한 것은 그것이 지난 수십년간의 경험을 통하여서 개선되고 억제되기보다, 그저 그런 채로 잠시 관심의 초점이 되었다가 잊혀지기를 무한반복하고 있다고 하는 점이다. 이는 물론 공정한 경쟁 보다는 부당한 방법을 통한 사익의 추구를 끊임없이 욕망하는 인간 본성 속의 이기심 때문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이를 규율해야하는 입법자, 해석자, 집행자들의 의도적인 무관심 때문일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일반적으로 뇌물죄는 공무원이 그 직무행위의 대가로 불법·부정한 사적 이익을 획득하거나, 공무원의 직무행위에 대한 불법·부정한 보수의 지급을 내용으로 하는 죄형법규를 말한다고 보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뇌물죄의 보호법익과 관련한 논의도 다분히 국가와 공무원의 공무를 중심으로 논의된다. 그러나 이미 우리 형법은 제정 당시부터 공무원과 함께 공무원법상의 공무원이 아닌 중재인을 포함시킴으로써 수범자의 범위를 확대시키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일본 형법의 태도이다. 또한 직무관련성과 관련하여서도 소위 포괄적 뇌물죄를 인정하거나, 뇌물의 범위를 확장하려는 경향도 있다. 반면 또다른 한편에서는 이를 현실을 무시한 지나친 확대적용이라고 하거나, 정치적 보복으로 생각하는 태도도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다른 법분야와 마찬가지로 형법분야는 우리는 우리 고유의 법제, 법문화가 발전되어온 것이기 보다는 대한제국의 시도가 채 시행도 못해본 채, 무위로 돌아간 이후 일본 법제의 40여년간 직접적 영향 하에 있었으며, 해방 이후에도 상당기간 依用시대를 겪었으며, 우리의 고유한 형법, 형사소송법이 제정된 이후에도 법률 그 자체뿐만 아니라, 학설도 일본의 직접 영향을 벗어날 수 없었다. 1970년대 이후 독일의 이론들이 직수입되기 시작하였고, 많은 발전이 이루어졌으나, 여전히 일본의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오늘날은 정부입법에 있어서 선행입법된 일본 개별법을 지나치게 참고하는 관행 때문에 이러한 영향이 잔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글에서는 비교적 우리 전통 법제도 잘 알려져 있고, 현재에도 여전히 쟁점이 되고 있는 뇌물죄에 대한 다양한 역사적 입법례를 개관한 후 오늘날의 사회에서 직무의 공정한 수행의 기대에 대한 사회적 신뢰라는 관점에서 뇌물죄가 가지는 기능에 주목하여 뇌물죄 보호법익을 검토함으로써 현행법 체계에서 각종의 사경제 영역에 대한 직무의 공정수행에 관련된 특별법 규정들과 통일적 해석을 위한 단서를 모색하여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