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국제불교영화제 상영작의 유형과 특성에 대한 연구를 시도한 것이다. 국제불교영화제는 불교영화재단이 주관하는 국제적인 이벤트로서, 불교적 주제의 영화 또는 불교적 영감이 반영된 영화에 초점을 맞추는 불교 영화 전문 영화제이다. 필자는 유형론적 분석을 통해 몇 가지 양상을 발견하였다. 첫째, 문학작품 을 소재로 하는 불교영화나 윤회사상을 구현한 불교영화는 없었다는 점이 다. 둘째, 자주 발견되는 유형으로는 불교적 가르침의 의미를 추구한 작품, 불교 관련 인물의 전기 성격의 작품, 수행과 깨달음의 세계를 다룬 작품이 있었다. 셋째, 티베트불교 관련 작품이 다수를 점한다는 점이다. 외국의 불교영화, 특히 서구의 불교영화가 높은 수준의 성취를 이루었다 고 말하기는 어렵다. 불교문학의 영화화나 심도 깊은 해석과 날선 관점에 입 각한 윤회사상의 영화화가 이루어진다면 불교영화의 진전이 이루어질 것이 다. 서구에서의 불교의 영화화가 티베트불교에 집중되고 있는 사실에 대한 진지한 성찰도 필요하다. 서구에서 만들어진 다수의 불교영화가 티베트불교 를 다루고 있다는 사실은 서구인들의 불교 이해가 여전히 정치·사회적 양 상에 제한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불교는 세상 만물의 끊임없는 변화를 사유한다. 카메라의 눈으로 세계의 만물을 기록하는 영화의 이미지는 제행무상(諸行無常)의 사유를 가장 잘 구 현한다. 프랑스의 영화이론가 앙드레 바쟁은 영화이미지의 주술적 본성에 대해 주목했다. 본래 이미지에는 모방적 본성과 주술적 본성이 존재하고 있 었다. 바쟁은 르네상스시대에 이르러 이미지가 정신성과 무관하게 사물의 외양을 충실히 모방하는 것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철저한 기 술적 연마 없이 사물의 외양을 재현하는 사진과 영화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이미지는 모방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에서 해방된다. 장 엡스탱 역시 바쟁처 럼 영화 이미지의 정신성을 강조한다. 장 엡스탱은 영화의 움직이는 이미지 가 부동성의 세계의 정신성을 돋보이게 한다고 생각했다. 자끄 랑시에르는 19세기 문학의 수동적 작법과 영화의 등장을 같은 경향으로 파악했다. 랑시 에르가 언급하는 영화의 수동적 작법은 불교적 무아(無我)의 경지와 비교될 수 있다. 가장 기계적이라 여겨지는 영화라는 매체의 이미지는 세계의 사물 에 깃든 불성과 끊임없는 변화, 무아의 경지를 가장 잘 드러내는 요소이다. 세계의 이어짐을 주제로 삼는 태국의 불교신자 영화감독 아피찻퐁 위라세타 쿤의 전위적인 영화 세계는 불교의 연기(緣起)사상과 공성(空性)을 관객에게 경험하게 한다.
불교와 영화라는 서로 다른 두 분야가 만난 것인 만큼, 불교계와 영화계가 ‘불교와 영화의 만남’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르다. 영화계가 보는 영화와 불 교의 만남은 장르 관심이고, 불교계가 보는 불교와 영화의 만남은 포교 관심 이다. 하지만 불교계와 영화계가 바라보는‘불교와 영화의 만남’이 이렇게 다르더라도 불교영화를 대상으로 하는 한 불교와 영화가 어떻게 만나는지에 대한 논의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동안 불교영화를 정의하면서‘불교 소재의 영화’부터‘불교 주제의 영 화’는 물론‘불교적으로 해석되는 영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범주로 논의 해 왔다. 이 글에서는 불교영화로 널리 알려진 몇 가지 영화를 대상으로 불 교 소재와 주제 측면에서 불교와 영화가 만나는 경우를 논의하고, 최종적으 로 불교영화는 불교적으로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 아래 불교적 비평 이론의 한 예를 제시해 보았다. 불교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영화가 불교영화라는 시각은 그동안 불교 소 재나 주제에 바탕을 둔 불교영화가 뜻밖에 불교 가치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 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러므로 기본적으로는 불교 소재나 주제를 다루면서 불교 가치를 구현하는 불교영화를 지지하기 때문에, 비평 이론을 통해 불교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불교적 영화’를 제시하는 이 글의 시각은 기존의 불교영화를 바라보는 시각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제3의 시 각을 추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시각이 필요한 또 한 가지 이유는 불교영화가 대중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불교 소재와 주제가 전면에 드러난‘불교 영화’보다는 불교 소재와 주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불교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불교적 영화’가, 종교영화의 틀을 넘어 일반영화로서 대중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