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리형 주거지의 이용 및 폐기과정은 청동기시대의 흥미로운 연구 과제 중 하나이며, 특히 내부 흑색토층의 존재는 많은 관심을 끌어왔다. 송국리 유적 제24차와 25차 발굴조사에서 내부 흑색토층 이 확인된 주거지(98호, 100호, 107호)를 대상으로 환경고고학적 연구(토양 미세형태분석 및 규소체 분석)를 수행하였다. 토양 미세형태분석 결과, 내부 흑색토층은 탄화물이 집적된 층으로 보이며 탄화 가 비교적 가까운 곳에서 일어났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아마도 지붕이나 벽체를 비롯한 상부 구조물 이 탄화되어 집적된 층일 가능성이 높다. 한편 100호 주거지의 규소체분석 결과, 중간 흑색토층 및 상부 퇴적토에서 벼와 조의 규소체가 다량으로 확인되었다. 그리고 사초과 식물의 규소체와 해면동물 골편이 출토된 것으로 보아 저지대(예, 수전) 토양을 벽체 등의 건축재로 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 한, 내부 흑색토층이 보이는 주거지와 수혈유구는 연접한 경우가 많아, 화재에 의한 탄화물이 주거지 와 인근 수혈 내부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생각된다. 이를 종합하여 보면 일부 주거지는 사용이 중지된 이후, 기둥과 같은 주요 건축재를 해체하여 반출한 다음 재활용이 어려운 나머지 잔존 구조물을 소각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하여 탄화물이 집적되어 수혈 중간부에 흑색토층을 생성했던 것으로 추정된 다. 본 연구에서는 토양 미세형태분석과 규소체분석이 상호보완적으로 함께 수행되어 해석의 지평을 넓힐 수 있었다.
송국리문화의 핵심적 요소인 송국리형주거지는 알려진 바와 같이 내부시설로서 爐가 확인되지 않는 매우 특이한 주거형태이다. 이러한 노부재에 대한 의견은 구체적인 형태는 알 수 없지만 노가 존재하였다는 ‘노존재설’과 노가 주거지시설에서 사라지거나 야외로 이동했다고 보는 ‘노부재설’로 크게 나누어 진다. 필자는 후자의 입장에서 송국리형주거지의 발생으로 대표되는 송국리문화의 발생 원인으로는 청동 기시대 기원전 10세기 이후 중기 한랭화라는 기후변화와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기온의 하강은 생계에 있어서는 농경에 대한 집중력을 높이고, 생활에 있어서는 주거규모를 축소함과 동시에 주거지 내부의 노를 외부로 이동하는 대신 공동취사를 통해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려 했다. 상대적으로 잔존상태가 양호한 영남지방 충적지취락의 사례로 살펴볼 때, 노는 주거와 일대일이 아닌 공동취사를 위한 일정한 곳에 밀집된 방식으로 운영하였음이 그 증거이다. 이렇게 주거내 노를 제거한 상태에서 겨울 추위에 대한 대비로 일부지역의 경우 주거지의 깊이를 깊게 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려 한 행위도 확인된다. 청동기시대 중기 송국리문화라는 새로운 문화가 출현하게 된 배경에는 기후변화라는 현실적인 환경적 변화가 직면하여 당시인들은 주거 내부에서 노를 과감하게 외부로 이동시킨 송국리형주거로서 위기를 극복하려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