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크리스토퍼 말로우의 『몰타의 유대인』에 등장하는 애비게일이 당시의 여성성, 연극성, 그리고 가톨릭교회를 향한 부정적 시선을 집약적으로 구현하고 있음을 논의한다. 종교개혁 이후 영국에서 반연극주의와 반가톨릭주의는 모두 의복이 그 착용자의 정체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의심에 기반해 있었고, 이는 곧 가톨릭 종교의복이 무대의상에 불과하다는 주장으로 발전한다. 애비게일은 유대인 여성으로 등장했다가 극의 후반부에 가톨릭 수녀로 개종하면서 탐욕스러운 유대인이나 위선적인 가톨릭 종교인의 부정적인 전형들로부터 유일하게 자유로운 인물로 해석되어 왔다. 하지만 말로우의 무대 위에서 수녀복을 착용하고 소년 배우에 의해서 연기되었던 애비게일은 기만, 위선, 문란함, 미성숙함과 같이 일찍이 수녀 복장에 부여되어왔던 부정적 정서들을 소환해 내기에 애비게일의 성스러움이란 텍스트 안에서나 유효하다. 일관되게 성스러운 여성을 재현하는 것은 당시 영국 무대에 주어진 실현 불가능한 과제였으며, 초기 근대 영국 무대 위 수녀들은 반가톨릭적, 반연극적, 반여성적 정서 속에서 종교 개혁 이후 영국 무대가 당면한 재현의 위기를 시사한다.
에드나 오브라이언(Edna O’Brien)은 금세기 이전에는 저평가된 작가이 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브라이언뿐만 아니라,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 이후의 아일 랜드 작가들은 심도 있는 비평적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멜다 수녀 (“Sister Imelda”)에서 오브라이언은 이멜다 수녀의 세속적 욕망을 교묘하게 숨기고 있다. 독자 는 탐정소설을 읽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 속에 감추어진 욕망을 파헤쳐야 한다. 오브라 이언은 남성중심 사회에서 정해진 성역할을 강요하는 이성애적 관계에 대해 화자가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게 하면서 동성애적 욕망을 정당시 한다.
2017년은 개신교 종교개혁 500주년이 된다. 근래에 일부 역사가들은 신 학에 비중을 두는 데서 벗어나 종교개혁이 대중에게 끼친 영향과 그들의 역할을 연구하면서 종교개혁의 사회사를 기술하고 있다. 그런 경향을 따라 서 여성사학자들도 종교개혁에 대한 여성들의 반응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종교개혁은 유럽 여성들의 지위에 변화를 가져왔으며, 여성들은 종교개혁 의 전파와 확립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여성들은 단지 종교개혁의 메시지 를 받는 수동적 수혜자가 아니라 종교개혁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종교개혁 여성들은 실로 개혁된 것이 아니라 개혁을 했다. 종교개혁에 수반된 가장 극적인 변화들 중의 하나는 수녀원의 폐쇄였다. 어떤 역사가들은 수녀원의 해체에 대해서 긍정적인 평가를 한다. 종교개혁은 타락하고 성차별적인 수도원 제도로부터 수녀들을 해방시켰으며, 여성과 가 정을 정절과 수녀원보다 높은 단계로 상승시켰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역사 가들은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다. 수녀원의 폐쇄는 수녀들의 선택권을 제한했 으며, 그들이 가질 수 있었던 제한적인 경력들 중 하나를 부인했고, 여성이 지도력을 행사하고 능력을 발휘하는 기회를 박탈했다는 것이다. 수녀들은 그녀들이 겪은 가장 강력한 도전에 대해서 다양한 방식으로반응했다. 독일의 많은 수녀들은 수녀원을 탈출해서 종교개혁의 물결에 참 여했다. 그러나 다른 수녀들은 강력한 개혁의 폭풍에 맞서 수녀원 생활을 존속시키려고 애썼다. 그리고 또 다른 수녀들은 개혁 세력과 절충해서 개 신교로 개종하거나 수녀원 시설을 학교나 병원으로 전환했다. 종교개혁 시 대의 여성종교단체에 대한 많은 연구들은 아직도 수녀원의 저항이나 존속 보다 해체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많은 수녀들이 수녀원에 남았으며 말과 행동으로 저항했다. 독일의 수녀원들은 종교개혁의 격류에 도 휩쓸리지 않은 난공불락의 요새였고, 수녀들은 막강하고 정복되지 않는 베일 쓴 군대였다. 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