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는 우리 사회에 수많은 도전을 야기하고 있다. 형법학도 이에 빨리 답을 찾아야 하는 일련의 문제에 마주하고 있다. 본 논문은 트리아주 상황에서 의사의 형사 책임이라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의료자원의 부족함 때문에 코로나상황에서는 모든 환자들을 동시에 구조할 수 없다. 하나의 구조의무와 다른 구조의무가 충돌하고 있다. 어느 환자를 치료함으로써 다른 환자를 치료하지 못하게 되어 사망한 경우 의사의 행 위에 대한 형법적 평가는 일반적으로 환자의 경합상황을 사전적 선별과 사후적 선별로 구별하여 고찰한다.
사전적 선별의 경우는 긴급피난 규정에 의한 위법성조각은 인정되지 않는다. 충돌 하는 당해 법익이 -환자 갑의 생명과 환자 을의 생명- 동가치이기 때문이다. 동가치 작위의무가 충돌하는 경우에는 의사가 두 의무 중에서 어느 하나의 의무를 이행하면 위법성이 조각된다. 어느 환자에게 호흡기를 부착할 것인가를 의사는 자유로 선택할 수 있다. 따라서 생존의 가능성이 없어 의사의 치료의무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 경우를 -이때는 이미 의무충돌상황 자체가 아니게 된다- 제외하고는 의사는 치료의 성공가능 성을 고려할 수도 있고 아니할 수도 있다.
사후적 선별의 경우에는 작위의무와 부작위의무가 충돌하고 있다. 이미 행해진 치 료를 종료하면 그 의사의 행위는 위법하다. 동가치 의무충돌의 정당화원리는 작위의 무와 작위의무 충돌에만 적용된다. 사후적 선별에는 오로지 긴급피난 규정이 적용된 다. 이러한 입장의 배경에는 작위의무에 대하여 원칙적으로 부작위의무가 우선한다는 사고가 있다. 작위의무와 부작위의무의 이러한 서열화에 대하여는 비판이 제기된다. 충돌법익의 동가치성을 고려하면 행위자인 의사에게 기존상태의 유지를 요구할 수 없으며 이를 적극적으로 침해한 것을 처벌하는 것은 규범적 관점에서 근거가 없다. 법질서가 어느 의무를 우선적으로 이행해야 하는지 규정하고 있지 않다면, 법질서는 그 의사의 선택 을 부인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의료조치’의 경우에는 작위와 부작위의 의미있는 구 별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치료조치의 계속 내지 중단이 문제되는 사례에서는 작위와 부작위의 구별이 포기되고, 의사의 치료중단이라는 규범적・평가적 상위개념으 로 포섭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의사의 치료의무는 두 환자에 대하여 규범적으로 동가 치가 원칙이다. 따라서 적극적으로 호흡기를 제거하는 결정은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 그 환자의 유리한 지위는 단지 사실적인 인 것이며 형법적으로 중요한 유리한 지위는 아니다. 병원에 먼저 도착하였다는 우연성은 의사의 두 환자에 대한 치료의무의 동가치성을 후퇴시킬 수는 없다.
사후적 선별에서 이미 호흡기가 부착되어 있는 환자의 기존상태는 규범적으로 보호 가치가 더 증대되는 유리한 지위가 부여된다. 치료로 인하여 앞으로의 치료에 대한 개 인적 신뢰 그리고 의료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규범적으로 형성되고 이는 안정화되어야 한다. 이러한 사후적 선별의 경우를 사전적 선별과 동일하게 취급하여 의사에게 치료 의 성공가능성을 고려하는 자유로운 선택을 인정하는 것은 공리주의적 길을 여는 것 이다 (한 명이라도 더, 그러니까 네가 빠져라!). 인간의 생명은 살아있음을 보호하는 것이지, 얼마나 더 살 수 있는지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의료자원 이 총체적으로 부족한 코로나 팬데믹의 비극적 상황에서도- 자신의 생명을 희생할 의 무는 존재할 수 없다.
현재의 부당한 침해자가 정당방위로 반격을 당하게 되었는데 그 수인을 거부하고 정당방위에 의한 반격을 면하기 위하여 타인의 법익을 침해하는 행위는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대해, 학설에서는 관련된 견해의 대립이 있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실무상으로는 거의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본 논문은「위법성조각사유의 충돌」내지「정당화의 충돌」에 관한 하나의 장면을 검토함으로써 이러한 공백 내지 간격을 메우기 위함을 목표로 한다. 일단 정당방위에 대한 긴급피난의 가능 여부를 살피면, 현재의 부당한 침해자는 자신에 대한 정당방위에 방어적 긴급피난으로 대항하는 것도 방위행위의 위험을 제3자에게 공격적 긴급피난으로 전가하는 것도 허용되지 아니한다. 그 근거는 정당방위의 성립요건 존부를 사후판단할 경우에 공격자의 법익의 보호상당성이 사후적으로도 부정되므로, 마찬가지로 사후판단에 의하는 긴급피난의 전제상황이 결여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당방위라는 법질서를 수호하는 행위를 방해하는 행위는 위법하게 된다. 형법 제22조의 위난이 부정되기 때문에 과잉피난의 여지도 없다. 그리하여 피난행위의 보충성이나 상당성의 요건이 구비되더라도 긴급피난에 의한 정당화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이는 자기를 위한 긴급피난에도 제3자를 위한 긴급피난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다음으로 긴급피난에 대한 긴급피난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살피면 아래와 같다. 긴급피난에 대한 긴급피난 부정설에서는 제1의 긴급피난 행위는 그 상대방에 대해서는 형법 제22조에서 말하는 위난에는 해당되지 아니한다. 긴급피난상황인 위난은 ‘단순한 사실상의’ 침해나 위험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수인할 의무가 없는’ 침해나 위험을 의미한다. 즉 형법 제 22조의 위난은 규범적인 요건이다. 이러한 해석은 형벌의 집행이라는 정당행위에 대하여 긴급피난을 인정하지 않는 우리나라의 일치된 견해와 마찬가지의 이해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위난이라는 긴급피난의 전제상황이 부정되기 때문에 긴급피난에 대한 과잉피난도 성립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