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는 백가쟁명의 산물로서, 각 편의 작자들은 주로 유가와 묵가를 동 시에 비판하면서 자신들의 이념을 선양하였다. 장자학파에서 보기에 제자백 가는 모두 윤리적 가치판단과 논리적 시비판단의 측면에서 부분만 보고 전체 를 보지 못한 방술(方術)에 불과한 것이다. 이에 당시 일반화된 이상적 인간상 가운데 특히 “인의”(仁義) 관념에 기초한 “군자”와 “성인” 관념을 비판하는 동 시에 개념의 수정과 확대를 통하여 재정립을 도모하였다. 장자학파는 기본적 으로 언어적 표현을 인위적 산물로 배척하면서도 자신들의 “주장”을 드러내 기 위해서는 부득이 메타언어를 활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따라서 외편과 잡 편에서 제가를 비판하는 과정에 원용되는 “성인”(聖人) 개념은 비판과 긍정의 이중성을 보인다. 반면에 내편의 우화에서는 장자학파의 이상적 인간상으로 정립되어 “지인”(至人)이나 “신인”(神人)과 대등한 개념으로 활용되고 있다. 장자의 외편과 잡편에서는 “성인”과 마찬가지로 “지인”이나 “신인” 관념 또한 현실과 일정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이상과 현실을 동시 에 향유하며 살아간다. 현실 속의 인간은 주어진 조건, 莊子에 보이는 의미에서의 “천명”으로 인하여 여러 가지 형태의 “유대”(有待)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무대”(無待)의 이상적 인간형의 처세 방식 또한 “무기”(無 己), “무공”(無功), “무명”(無名)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된 것으로 이해된다. 일상 인에게는 “유대”로 평가된 송영자(宋榮子)와 열자(列子)의 처세 방식 또한 어 려운 일이다. 따라서 장자를 “자연주의”로 비판한 순자는 오히려 자연과 인위 의 구분을 명확히 하는 사람을 “지인”이라고 칭하였다. 장자학파의 역설적 논리에 근거하면 꿈을 도모하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것 이 아니라 오히려 인위적일 수밖에 없다. 이에 이상과 현실의 상호 괴리를 경 계하면서 “진인”으로 대표되는 현실적으로도 바람직한 처세를 유지할 수 있 는 인간상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후세의 도교에서 “진인”이 대표적 인간상으로 정립된 것은 도가의 “무위자연”의 관념이 현실적 인간의 “불로장 생”으로 바뀐 데 연유하는 바 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