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에서는 일본에서 중국 지명과 인명을 어떻게 표기하고 읽는지에 대해서 한자문명의 공통자산으로서 한자에 대한 인식을 중심으로 고찰한다. 먼저 일본어 안에는 음성언어가 한자를 중심으로 한 문자언어와 상호보완적인 의존관계에 있음을 확인한다. 그리고 한자가 일본어 안에서 시니피앙(signifiant)으로서 갖는 위상과 기능을 검토하고 그것이 중국 고유명사를 어떻게 적고 읽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문제와 직결됨을 확인한다. 마지막으로 근대 이후 일본에서 중국의 인명과 지명을 어떻게 표기하였으며 그것은 어떻게 변화하였는가하는 역사적 경위를 살펴본다. 또한 동아시아 한자 문화권 안의 서로 다른 언어권 간에 지명과 인명을 차용할 때에 한자음을 취할 것인가 현지음을 취할 것인가라는 문제의 성질에 대해서도 고민해 본다.
한자가 日文과 일본 문화에 분명히 깊고도 넓은 영향을 주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조선 반도를 거쳐 일본으로 전래 된 한자는 또한 真名(nama) 이라고 부르는데, 그 형, 음, 의는 기본적으로 고대 중국어 표의문자(ideogram)의 한 계통을 면면히 이어 내려왔다. 한편, 소위 假名(kana)이라는 것은 표음문자(phonetic script)의 한 형태로로 한자의 형태와 음을 빌려 사용하였다. 일본 사람들에게 비교적 익숙한 가명은 平假名(hiragana)과 片假名(katakana)이 있는데, 이는 다른 방식으로 한자의 필획 을 간화시킴으로써 표음하기 쉽게 하였던 것들이다. 여기서 지적할 필요가 있는 것은 한자는 본래 일종의 문자 혹은 부호일 뿐만 아니라, 또한 사고를 담는 그릇 이었다는 사실이다. 전통적으로 일본은 한자를 통하여 詩詞歌賦와 백가경전을 읽 었으며, 현대 일본에서도 한자를 통해 서구 사상을 번역하였다는 것이다. 哲學 이라는 단어를 예로 들면, 이것은 일본 학자 西周(1829-1897)가 만든 번역어인데, 결과적으로 중국, 한국 등지로 들어가 동아시아의 표준 용어가 되었다. 오늘날, 일본 정부의 문부과학성은 상용한자표를 제정하였고, 한자의 쓰는 법과 독음을 규정하였다. 일본 학교의 일문과정은 기본적으로 상용한자표에 근거하며, 학생들로 하여금 이 이천여 개의 상용한자를 익히게 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 에서의 언어 학습은 결코 이 법령에 준거하는 것과 같지는 않다. 상용한자는 1923 년 이후에야 출현하였는데, 그 이전에 일본인은 한자를 어떻게 학습하였을까? 본 문은 문학가 夏目漱石(1867-1916)과 철학가 西田幾多郎(1870-1945)의 한자 학 습 경험을 소개하고, 아울러 지금의 한자의 교육과 학습에 대한 초보적인 반성을 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