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에서는 중국 인명과 지명을 의미하는 단어가 한자음과 원지음으로 표기되는 양상과 용법을 분석하였다. 동일한 인명이나 지명을 의미하는 두 가지 표기 단어가 동의어가 아니라 유의어라고 가정하고 한자음 표기 단어와 원지음 표기 단어의 차이와 언어학적 레지스터를 밝히기 위하여 두 가지 방식으로 분석을 진행하였다. 첫째, 한자음 표기와 원지음 표기의 사용 양상을 살펴보기 위하여 말뭉치와 소셜미디어 등에서 단어가 출현하거나 검색되는 빈도를 조사하였다. 빈도의 측정 결과 1986년 이후 현행 외래어표기법에서는 중국의 고유명사를 중국 현지음으로 표기하는 것을 원칙으로 제시하였지만, 매체의 특성이나 텍스트의 성격에 따라서 이전과 마찬가지로 한자음으로 표기되는 경우가 적은 않았다. 둘째, 말뭉치로부터 한자음 표기 단어와 원지음 표기 단어가 출현하는 문장들을 추출하고, 용례 문장에 포함된 명사들로 구성된 텍스트 네트워크를 분석하였다. 텍스트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명사들의 연결중심성과 하위집단을 분석한 결과 한자음 표기 단어가 사용되는 문맥과 원지음 표기 단어가 사용되는 문맥 사이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 연구에서는 일본에서 중국 지명과 인명을 어떻게 표기하고 읽는지에 대해서 한자문명의 공통자산으로서 한자에 대한 인식을 중심으로 고찰한다. 먼저 일본어 안에는 음성언어가 한자를 중심으로 한 문자언어와 상호보완적인 의존관계에 있음을 확인한다. 그리고 한자가 일본어 안에서 시니피앙(signifiant)으로서 갖는 위상과 기능을 검토하고 그것이 중국 고유명사를 어떻게 적고 읽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문제와 직결됨을 확인한다. 마지막으로 근대 이후 일본에서 중국의 인명과 지명을 어떻게 표기하였으며 그것은 어떻게 변화하였는가하는 역사적 경위를 살펴본다. 또한 동아시아 한자 문화권 안의 서로 다른 언어권 간에 지명과 인명을 차용할 때에 한자음을 취할 것인가 현지음을 취할 것인가라는 문제의 성질에 대해서도 고민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