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사회적 자본을 구성하는 요인 가운데 ‘신뢰’의 수준이 한 국가에서 발생하는 민주적 퇴행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을지 개괄하였다. 이를 위하여 민주적 후퇴를 어떻게 바라볼지에 대한 연구들과 더불어 사회적 자본 을 정의하는 데 도움을 주는 기존 연구들을 살펴보았다. 이 연구에서 민주적 후퇴는 포퓰리즘의 등장과 같은 것으로 이해한다. 민주적 후퇴가 등장한 전형적인 사례로써 헝가리와 폴란드를 선택하였고, 두 국가가 경험한 민주적 후퇴 과정을 서술한 후 사회적 자본의 측정 지표인 '신뢰'의 수준 변화를 시계열 추세 분석을 이용하여 추적했다. 분석을 위해, WVS가 설문조사 를 통해 수집한 개인적 신뢰 및 집단적 신뢰 데이터들을 이용하였다. 그 결과, 두 사례에서 모두 개인적 신뢰와 민주적 후퇴 간 인과관계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집단적 신뢰의 차원에서도 그 추세 변화가 민주적 후퇴와 연관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집단적 신뢰가 저수준으로 고착됐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고, 이것이 민주적 후퇴 현상을 용인하는 토양이 되었을 것이라 가정할 수 있다. 현재 이용 가능한 데이터는 아주 제한적이고 따라서 강력한 결론을 이끄는 데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이 연구가 사회적 자본과 민주주의의 관계에 관한 심도 있는 연구를 이끄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동유럽 국가들은 1980년대 중반 이후 냉전체제의 붕괴 그리고 이데올로기의 변화 등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측면에 있어서 급격한 변화를 경험하면서 민주주의 정치체제, 시장경제체제 그리고 자본주의 문화를 수용하였다. 동유럽 공산체제는 공통적으로 경제위기에 따른 생활수준의 급격한 하락 그리고 글라스노스트(Glasnost, 개방)와 페레스트로이카 (perestroika, 개혁) 정책으로 서구와의 협력을 모색하였던 고르바초프 (Gorbachev)의 등장 등으로 붕괴하였다. 이외에도 동유럽 국가들은 민주체제전환 과정에 있어서 그들 자체의 공산주의 특색을 보이며 상이한 체제전환을 경험하였고 폴란드와 헝가리의 체제전환은 다른 공산주의 국가들에게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였다.
동유럽 국가들의 사례와 같이 체제전환에는 심각한 정치적 문제와 중 대한 법적 과제를 수반한다. 공정하고 투명한 방식에 따라 기존의 공산주의 과거사를 정리하지 않는다면 과도기 민주정부가 추구하는 국민 통합 및 상생은 달성될 수 없으므로 전환기 정의(transitional justice)에 대하여 논할 필요가 있다. 정치적 변혁기에 있어 전환기 정의는 국가가 법의 지배(rule of law) 원칙에 따라 합법적이고 공정하게 과거 억압하던 체제의 악행 및 불법행위에 대해 해결하려는 것을 의미한다. 민주체 제로의 전환은 그 과정에 있어 민주적이어야 하고 법의 지배 원칙에 부합되어야 한다. 동유럽의 공산체제 붕괴 이후 과거사 청산 과정에 있어서 국가들은 일반적으로 공산정권으로부터 탄압당하고 희생된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및 정치적·법적 신분 회복, 가해자 명단 공개 및 심판, 공 산정권 요원과 협력한 자의 활동 제한, 공산정권 당시 작성된 문서의 당사자 열람, 진실과 화해를 위한 위원회 구성 등의 문제를 다루었다. 폴란드와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들은 과거사 청산을 진행하면서 피해자들에 대한 정의를 구현하고 공산정권 당시 권력자 및 이에 협력한 자의 권리 를 박탈하여 진정한 주권 국가를 형성하고자 하였다.
이 글에서는 폴란드 및 헝가리 사례를 중심으로 1980년대 체제전환기 두 국가의 과거사 청산 과정을 분석하고자 한다. 이는 과거사 청산에 있어서 어느 방안이 옳고 그른지를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각 국가의 당시 상황 및 문제점을 분석하고 공산주의 과거사 청산을 위한 법제 및 그 문제점을 분석하여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폴란드 및 헝가리의 과거사 청산을 살펴봄으로써 향후 통일 한국의 과거사 청산 과정에 있어서도 진정한 과거와의 대면이 이루어져야 하고 이로써 국민 통합 및 상생의 과제를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