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역대 서론에 나타난 품평의 개념과 그 내면의 미학적 가치를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역대 서가 들은 서예를 품평하는데 격조, 자연, 대비 등의 방법을 통 해 간결한 언어와 생동감 있는 비유법을 많이 사용하며, 말로 전달하기 어려운 서예적 특징에 대해 깊이 묘사하고 있어 많은 여운을 남기고 있다. 품평의 등급에서는 먼저 ‘능품(能品)’은 필묵의 기교, 필법, 묵법, 결구, 장법 등이 정통함을 뜻하지만 ‘묘품(妙品)’ 보다 서가의 독창적인 개성미, 풍격미, 자연미, 정서미가 확연하지 않으며, ‘신품(神品)’과 비교해 ‘능품’의 서가는 천부 적인 재능이 부족하고 ‘일품(逸品)’에 비해 정취가 부족함을 뜻한다. ‘일품’과 ‘신품’은 모두 서예의 가장 높은 등급으로써 ‘일 (逸)’은 비교적 노장철학의 무위(無爲) 사상과 가까우며, ‘신(神)’은 비교적 공자철학의 중화사상에 가깝다. 기법 중시의 ‘신품’은 마음이 하고자한 바, 법도를 넘어서지 않는 것이고, 기법을 초월하는 ‘일품’은 자연의 묘와 같은 것이다. 따라서 ‘일품과 신품’은 모두 서예의 최고 형식이지만 ‘신품’이 ‘일품’ 보다 낮다고 보는 이유는, 인위적인 흔적이 그래도 존재하기 때문에 아래에 두고 평가한 것이다.
송대는 중국 문화사의 중요한 시기로 간주되어 서민문화(市 井文化)가 발달하고 도시가 번영하며, 정치하고 우아한 사대부 문화나 아문화(雅文化)가 전면적으로 발전하였으며 전통 유학의 사상은 끊임없이 갱신되었고, 아울러 이학의 흥기와 발전을 촉진시켰다. 이 시기의 문예 미학 이론과 품평 기준도 시대의 미적 가치의 취향을 반영할 수 있다. 특히 송대의 서예은 위진 시대부터 당대에 이르기까지의 법도와 풍격을 계승하여 오대십국 시기의 기법을 전수받아 전인처럼 엄격한 법도를 추구하지 않고, 서예의 의취(意趣)와 예술 풍격이 다양성을 더욱 중시하여, 유학의 체계까지 포함하였다. 단순한 윤리적 의미를 우주 본체론적 차원으로 끌어올리고, 주관적 표현을 강조하고 예술을 인간 정신의 품격을 상징으로 삼아 서예의 문화적 품격을 강화함으로써 새로운 길을 열었다. 전통 서론에서 서예 품평의 이면에는 옛사람들의 사고방식이 숨어있는데, 그중에서도 주요 참여자인 고대 문인사대부 집단의 사고방식, 가치관념, 심미적 취지 등, 특히 유가 사상의 영향을 받은 아정한(雅正) 사회관은 서예가의 작품과 개성적인 풍격에 대한 품평에 자연스럽게 작용한다. 송대의 문인사대부들은 서화이론에 탁월한 공헌을 하여 원시적인 유가의 윤리정신에 입각하여 개인의 생명체험과 예술실천을 결합하였다. ‘문도통일(文道統一)’ ‘기도병진(技道並進)’ 등을 추구하는데, 이 시기의 주류인 ‘상의(尚意)’ 서풍도 유학의 심성 화와 ‘내성지학(內聖之學)’이 문예의 심미에 영향을 준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송대의 서예 풍격과 이론의 품평 사조는 시종 송대의 이학 관념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완전히 이학(理學) 관점에 따라 서예에 대해 품평하고 윤 리적 의의를 지나치게 중시하면서 서예의 예술적 가치를 소홀히 한다면 서예가의 정서와 상상의 자유의 표현을 저해될 수밖에 없고, 이는 서예의 예술성에 대한 무시이자 훼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