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서의 입다의 딸과 이삭의 희생 제사 사례를 이용하여 부계 혈통 계보라 할 수 있는 희생 제사와 할례 의식 문화를 살펴본다. 성경에서 보여지는 희생 제사와 할례 의식은 결국 부계 혈통을 잇는 하나님과의 언약에서 비롯된 것임을 증명한다. 하지만 같은 희생양의 사례이지만, 희생되는 과정과 내러티브에서 그 차이점을 발견한다. 이삭은 하나님과 언약의 징표를 통해 가부장제를 잇는 대표적인 희생양이라면 입다의 딸은 아버지 입다의 책임을 스스로 떠맡으면서 가부장제도의 부계 혈통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성경에서 피의 희생 제사가 할례 의식으로 변모하면서 할례의식 또한 하나님의 말씀이 언약의 징표로서 기능을 하고 상징적 의식으로 자리 잡아가는 과정을 알아본다. 할례에 대한 다양한 해석들 중에서 필자는 라깡의 이론을 적용하여 상징적 거세로 할례를 바라보고자 한다. 현대에 이행되고 있는 여성 할례(음핵절단)가 가지고 있는 의미까지 확장해서 연구한다.
필립 로스의 『휴먼 스테인』은 인종 경계선의 문제가 비단 짐 크로우 시대의 전유물이 아니라, 21세기에도 현재진행형으로 지속되는 문제임을 역설한다. 뿐만 아니라, 인종 경계의 사회적 구별이 엄격했던 짐 크로우 시대에 비해, 혼혈 및 혼종을 통해 인종 경계선이 흐려져 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여전히 인식론적으로 인종 경계선의 힘이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기에 오히려 그 문제의 양상이 더욱 복잡해져가고 있다. 여기에 최근 들어 더욱 두드러진 이주와 이산의 문제가 한 데 얽히면서, 인종 경계선의 문제가 민족성, 국가 정체성 등의 문제와 씨줄과 날줄처럼 엮여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로스는 21세기의 문턱에서 『휴먼 스테인』을 통해 바로 이러한 인종 경계선의 복잡한 제 양상을 다루고 있다. 『휴먼 스테인』에서 패싱과 할례는 서로 긴밀하게 결부되면서 소설의 주제의식을 부각시키는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패싱과 할례는 오랜 역사 속에서 인종, 민족성, 국가 정체성의 문제 등 다양한 요소와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해왔다 는 점에서 『휴먼 스테인』의 주제의식과 긴밀하게 부합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논문에서는 로스가 『휴먼 스테인』에서 뉴밀레니엄의 ‘구별짓기’의 문제를 패싱과 할례라는 기제를 통해 형상화하고 있음을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