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작곡가 베르디의 『레퀴엠』은 대규모 관현악의 다양한 악기들과 8성부에 이르는 극적 인 종교적 합창곡이며 동시에 음악회를 위한 예술적 가치를 높이 평가 받고있는 작품이다. 다양 한 극적인 요소로써 금관악기를 비롯한 장엄한 음향과 가사처리, 모방적이고 반복적인 작곡기법 등이 있다. 본 논문은 종교적 합창곡에서 찾아볼 수 있는 대중적인 요소들을 베르디의 종교적 진혼곡『레퀴엠』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합창에서의 대중성은 가사를 편집하고 합창에 있어서 극적인 성부의 효과적으로 배치하고 있다. 가사 처리에 대한 작곡가의 의도는 장례 미사에 쓰여 지는 기능성을 가진 음악이라기보다는 예술적인 차원을 강조하여 대중성을 높인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연주회장에서 금관악기 등의 공간적 배치는 청중에게 현장감과 몰입감을 높인다. 소리의 공간감 과 입체감은 음악회에 대한 보다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다주며 실제 연주회장에서 작곡가에 의해 창출 된 음향적 의도가 효과적으로 실현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합창음악에서의 대중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선율이 단순하고 명확하며 합창 성부들을 수직적으로 화음의 구성 및 배치하며 또한 극단적인 셈여림 등으로 대중성을 높이고 있다.
본 논문에서는 작곡가 이상근이 일생 동안 애정을 가지고 작곡하였으나, 연구가 미흡한 합창분야를 중심으로 그의 음악을 조망하였다. 음악분석은 중기와 후기의 합창곡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결론에서 이상근 합창음악 전체의 음악적 특징을 시기적으로 정리하였다.
이상근의 초기 합창곡은 자연과 사람을 주제로 하는 서정적인 곡들로 한국적인 것의 현대화와 인상주의 기법의 한국화를 도모하는 가운데 ‘친근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중기 합창곡은 초현실주의 시의 내용에 따라 초기의 현대적 어법이 보다 추상적이고 극단적인 표현주의적 기법으로 나타났다. ‘말하는 노래(Sprechstimme)’는 한국적 시김새와 관련하여 작곡가의 독특한 방법으로 다양화되고 한국화되었다. 후기의 합창음악은 초기 양식에서처럼 자연과 인간을 주제로 한 텍스트를 가져온다. 하지만 전통음악적 소재와 현대적 음악어법은 보다 기악과 성악에서 보다 다양하고 표현되며, 공간적 의미까지를 포함하여 우연성 음악에의 접목까지 한층 포괄적으로 표현되었다.
전체적으로 그의 합창음악에는 동시대의 한국 창작음악의 미학적 관점인 ‘친근성’, ‘현대성’, ‘민족성’이 시대적으로 비중을 달리하지만, 작곡가의 부단한 도전정신에 의거하여 시기별로 독창적으로 드러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진주 출신의 작곡가 이상근(1922~2000)의 음악이 최근 음악학계의 주목을 받는 가운데, 본 연구 는 그의 초기 합창음악 양식에 초점을 맞추었다. 1946년부터 1951년 사이 쓰여진 그의 12작품(개별 16곡) 중 출판된 11작품이 ‘전통과 현대성’이라는 관점에서 분석되었다. 이상근은 그의 논문에서 전 통적인 것과 현대적인 것에 대한 생각들을 펼치고 있다. 그는 전통 음악적 소재와 민족적 정서를 중 요시 하였고 이를 그가 영향받은 인상주의 음악과 결합하여 새로운 음악적 정체성을 확립하려고 노 력하였다. 그의 시도는 5음음계나 새야화현이 현대적 리듬과 화성진행과 결합한 형태로 음악화되었 다. 이상근의 초기 합창음악은 한국창작음악의 미학적 관점에서 볼 때 민족성이나 현대성 외에 합 창의 대중적 속성을 반영하는 ‘친근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특성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