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원은 전후소설 『나무들 비탈에 서다』에서 파멸과 몰락의 시기가 회복과 구원을 향한 과도기라는 점을 강조하는 전통적 묵시록의 개념과 비전을 수용했다. 그는 이 소설에서 민족동란이 야기시킨 파괴와 살상의 비극을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선지자 예레미야의 표상과 예레미야 신탁의 묵시록적 알레고리로 나타냈다. 전후의 민족공동체를 비탈에 선 나무로 의인화한 이 소설에서는 예레미야서의 포도나무 비유를 통해 심판과 구원의 양면성이 제시되고 있다. 황순원이 죄로 인한 고난과 고난으로부터의 구원이라는 묵시록의 양면적 의미에 주목한 것은 동족상잔의 전쟁으로 인해 고난에 처한 민족공동체에게 회복과 구원의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소설에서 자기희생적 태도가 타인의 구원뿐만 아니라 자신의 구원과도 직결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공동체의 회복과 구원 가능성을 타인을 위한 자기희생에서 찾고자 했다.
본 연구는 <소나기>를 연구대상으로 발화행위 이론을 이용하여 다양한 언어 환경에서 나타내는 전형적인 언표내적 행위에 의해서 언표내적 행위의 목표, 지향성, 심리적 태도 이 세 가지 차원에서 소녀와 소년의 대화를 분석해, 소녀와 소년의 심리상태와 성격을 해석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제2장에서는 설의 이론을 대해 살펴볼 것이다. 설은 언표내적 행위의 목표, 심리적 태도, 지향성을 언표내적 행위의 분류하는 데에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 기준에 의하여 언표내적 행위를 진술 행위, 지시 행위, 언약 행위, 표출 행위, 선언 행위로 분류한다.제3장에서는 설의 언표내적 행위 분류 기준으로 <소나기>에서의 대화를 분석하고자 한다. 특정된 환경에서의 특정된 언표내적 행위 유형에 속하는 대화문을 분석함과 동시에 각 유형의 대화문수와 백분율을 통계해 보기로 한다.화용론적인 발화행위 분석을 통해서 소설의 주인공인 소년과 소녀의 성격 특징을 발견할 수 있는데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소녀의 지시 행위에 질문이 많고 금지의 심리적 태도를 나타내는 지시 행위도 있다. 표출 행위의 경우에는 소녀의 대화 비중이 소년보다 훨씬 더 높다. 따라서 <소나기>는 외향적이고 도전적이며 호기심이 많은 소녀를 기술하고 있다. 소년의 지시 행위에는 금지의 심리적 태도를 나타내는 것이 없다. 표출 행위의 경우에는 소년의 백분율이 소녀보다 훨씬 낮다. 따라서 <소나기>는 내성적이고 수동적이며 수줍음이 많은 소년을 기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