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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7월 7일 옛 전남도청 앞 분수대에서 흑표범(장맑은)은 퍼포먼스 <정오의 목욕>을 선보이며, 사전 설명 없이 과녁이 그려진 자신의 신체를 침묵 속에서 씻는 행위를 10분간 지속함으로써 일상적 행위를 역사적 공공장소에 중첩시켰다. 도로 소 음과 셔터음, 물소리만이 남는 이 수행은 언어적 서사를 배제한 채 장소의 기억을 직 접 호출한다. 퍼포먼스가 이루어진 분수대와 옛 전남도청 일대는 5·18광주민주화운 동의 핵심 현장으로, 1980년 5월 신군부가 계엄포고령 제10호를 발효해 정치 활동 과 집회를 전면 금지하고 영장 없는 체포·구금을 예고하며 국가 폭력을 극단적으로 행사했던 공간이다. 광주에서의 무력 진압은 시위에 참여한 시민과 학생들에게 대규 모 희생을 초래했고, 그 결과 5·18은 개인적 트라우마를 넘어 집단적·문화적 트라우 마로 각인되었다. 이러한 기억은 세대를 넘어 포스트메모리로 전승되며 문학, 다큐멘 터리, 미술 등 다양한 예술적 재현을 낳았으나, 다수의 작품은 비극성과 희생자 중심 서사에 머물러 왔다. 이에 비해 흑표범의 <정오의 목욕>은 말없는 ‘목욕’이라는 행위 를 통해 애도와 비통의 재현을 넘어 치유와 순환, 그리고 죽음을 ‘기르는’ 제례적 차 원의 기억 실천을 제시한다. 이는 사건을 단순히 재현하거나 고발하는 대신, 역사적 폭력이 남긴 흔적을 현재의 몸과 행위로 다시 호명하는 수행적 기억으로 이해될 수 있다. 본 논문은 이러한 관점에서 포스트메모리 세대가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루 는 방식과 의미를 검토하고, <정오의 목욕>을 통해 우리가 이 사건을 어떻게 현재화 하고 사유할 수 있는지를 고찰하고자 한다. 기존 흑표범 연구가 주로 세월호 참사를 다룬 <VEGA>(2015–2016)에 집중되어 온 점을 고려할 때, 과거의 진혼과 현재의 미 해결 진실을 병치하는 작가의 작업 연속성 속에서 <정오의 목욕>을 분석하는 것은 이후 그의 예술 세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이론적 단서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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