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기부터 15세기까지 양식적 변화와 이를 설명하는 미술에 대한 문헌들은 공방의 협 업에서 미술가 개인에 대한 관심으로 변화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다. 교회 미술처럼 장소와 미술품이 밀접한 관계를 지닐 때, 공방의 작업과 미술가 개인의 작업은 다르다는 점에서 표 현에 대한 접근 방식도 변화되었다. 이런 점은 공방의 문화를 다루었던 첸니노 첸니니와 미 술의 원리를 다루며 개인의 선택으로서 표현을 다루는 알베르티의 색채에 대한 접근 방식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첸니니는 원색에 흰색을 추가해서 명암을 표현했다면, 알베르티는 검정-원색-흰색을 통해 명암을 표현한다. 장소를 매개로 공간 속에서 미술가의 표현을 조절 해야 하는 공방의 입장은 미술가 개인의 역량을 드러내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진행하고자 하는 입장과 다르기 때문이다. 미술품과 장소의 관계는 15세기 이후 이론이 미술에 대한 담 론을 주도하는 경우에도 새로운 이질적 표현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시기 교회 미술의 사례를 살펴보는 과정에서 장소와 미술품의 관계는 양식의 변화를 이해하 는 데 중요한 요인이며, 동시에 이론에 바탕을 둔 이론적 관점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시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풍자개 (豊子愷, Fengzikai, 1898-1975)는 중국 문인서정만화(文人抒情漫畫)의 창시자이자 중국 만화의 아버지라 불리운다. 중⋅일 전쟁과 신중국 탄생 등 근현대 중국의 격변하는 시대를 몸소 겪은 그는 ‘만화’라는 예술형식을 통하여 인생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표출해 내었고 당대(當代)의 현실을 은유적으로 풍자하였다. 풍자개의 만화 속에는 문인적 정취가 흐르는데, 이것은 전통을 통한 그의 높은 문학적 수양(修養)과 숙련된 필묵(筆墨)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중국 전통 문인화의 시정(詩情)과 화의(畵意)가 담겨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는 만화가 문학과 회화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종합적인 예술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형상미와 문학미의 이중적 의미를 지닌 작품을 창조해 내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그의 만화 속에는 고도의 예술성을 지닌 시의(詩意)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는데, 이것은 그의 만화가 다른 만화와 차별화되는 독특 한 매력으로서 보는 이로 하여금 끊임없이 사고하고 상상하도록 만든다. 그가 작품 속에서 담고자 했던 시의란 우리가 살아가는 보편적인 생활 풍경으로 우리 삶 속의 인지상정(人之常情)이며 사람들의 마음을 통하게 하는 인정(人 情)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만화는 진실한 감정으로 다가와 폭 넓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일종의 ‘시(詩)’와 같은 풍자개 만화의 독창적인 예술 풍격은 일종의 창신 (倉新)을 이룬 것으로, 만화사와 예술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후대의 예술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