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개최된 유엔지명표준화총회 이후 ‘동해’ 지명 표기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동해 표기에 관한 연구가 다양하게 이루어졌으며 다수의 논문과 책자가 발간되었다. 하지만 ‘Japan Sea’로 표시된 해역의 범위에 관해서는 정작 관심이 적은 편으로 제주도 서단과 진도 앞바다를 연결하는 선부터 부산 앞바다에 이르는 대한해협 해역까지도 포함하고 있음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 연구는 2002년 회람된 IHO S-23 「해양과 바다의 경계(Limits of Oceans and Seas)」 초안에 첨부된 지도를 분석하였다. 1~3판과는 달리 1986년과 2002년 초안에는 바다지명에 계층이 도입되어 있다. 대한해협이 ‘Japan Sea’에 포함되어 있음을 새로이 인식하고 그 배경에 대한 종합적 이해가 필요하다. 1905년 러·일 전쟁 중에 작성된 조선해협 경계 작전도의 경계선과 유사함을 지적하고자 한다. 일본해의 일부로 대한해협이 포함되기 시작한 배경에 대한 가설은 러·일 전쟁 후 일본군부가 대한해협의 승리를 일본해 해전의 승리로 선전한 것에 기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추후 근대 일본 사료와 IHO의 문서들에 대한 사료검토를 통해 가설이 확실하게 증명된다면 동해・일본해 표기 문제에서도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21세기 들어서서 개인용 컴퓨터 및 그래픽 프로그램 이용의 확산과 함께 비전문가에 의한 지도 제작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역사지도의 경우 역사학자와 일러스트레이터가 협업을 한 형태의 지도 제작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지도 이용의 확대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일 수 있으나, 지도학적 요건이 갖추어지지 않은 부정확한 지도가 무분별하게 확대 재생산될 가능성이 높다. 본 연구에서는 지난 8년간 역사학자들이 중심이 되어 제작한 ‘동북아역사지도’를 역사지도 평가 기준안을 개발하고, 이에 따라 분석하였다. 그 결과 투영법, 도곽 범위 및 축척, 고도와 수심의 표현, 기호와 범례, 지도 가독성, 대한민국의 위치 ․크기 ․형태 ․범위의 적절성 등의 지도학적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으며, 지명의 한글표기, 독도 ․동해 표기 등의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점이 해결되기 위해서는 역사지도 제작시 준수되어야 할 지도제작 원칙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일찍이 일본과 중국, 그리고 북한도 2007년에 출간한 바 있는 역사지도집이 한국에는 아직 없다. 최근에는 역사지도 역시 디지털맵으로 제작되는 추세이다. 디지털맵은 역사지도를 단순한 지도에서 거대한 정보체로 전화시켰고, 역사지리학자와 역사학자 에게 GIS 프로그래머와 웹디자이너가 아주 중요한 파트너가 되어야함을 알려주었다. 이 글은 역사지도 제작론에 입각하여 역사지도와 관련된 주요 개념과 특성을 정리하고, 역사지도에 수록될 정보들 중에서도 기본이 되는 정보, 즉 시대와 주제를 초월하여 마치 밑바탕 그림처럼 수록되어야하는 정보를 행정구역, 자연환경, 교통망, 지명데이터베이스 네 영역으로 구분한다. 그리고 네 영역 각각의 수록 범주와 내용, 그리고 그 방법론에 대해 기술한다. 역사지도는 역사지리정보의 집합체적 성격을 갖는 점에서 거대한 데이터베이스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DB를 어떻게 표출하고 계속 생성되는 역사지리정보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 된다. 이에 본고 말미에 역사지리정보의 표출과 관리 방안에 대한 몇 가지 제안을 초보적인 수준에서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