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가상대사 길장의 중도론이 지닌 미학적 의미를 탐색하는 것이다. 종교철학과 미학의 만남이 매우 생소하고 이 색적이지만 접점이 가능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접근한다. 따 라서 중도의 개념이 무엇인가를 먼저 고찰하지 않을 수 없다. 길장이 말하는 중도는 사고의 적중성을 체험하기 위한 논리 체계이다. 그런 점에서 중도란 단어에서 중이란 가운데란 의미 가 아니라 가장 적절한, 내지는 가장 적합함을 의미하는 적중 의 의미를 지닌다. 또한 가장 적중한 개념을 인식하도록 하기 위해 중도를 인식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다. 길장은 중도에 4종이 있다고 전제한다. 그것을 일중, 이중, 삼중, 사중이라 말한다. 이때 일중은 본체적 의미를 의미한다 면, 나머지 세 가지의 중도는 작용적 의미를 지닌다고 본다. 따 라서 일중을 일승이나 불성으로 간주하고, 나머지 중도는 일중 을 인식 내지 體達하기 위한 수단적 의미의 중도이다. 결국 길 장이 보는 중도는 본질과 작용 두 가지에 다 적용이 되며, 그 런 점에서 중도란 개념 역시 수단적 의미가 강하게 된다. 즉 진제와 속제의 2중, 이중과 그것을 부정하는 비진비속의 3중, 현실의 긍정과 집착에 대한 철저한 부정을 의미하는 4중이 그 것이다. 또한 중도를 이해하는 4가지의 방법을 제시한다. 依名釋, 理 敎釋, 互相釋, 無方釋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방법을 구체 적으로 인식하기 위한 논리로 4중중도론을 제시한다. 4중중도 론을 길장 특유의 변증논리로서 부정의 부정을 통한 열반의 획 득을 목표로 한다. 부정을 위한 부정이 아니라 정신적인 안녕 과 평화를 획득하기 위한 부정의 논리이다. 이 논리에 의해 중 도실상의 세계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길장의 이러한 중도론은 매우 독창적이면서도 심오 한 미학적 세계를 개척할 수 있다고 본다. 첫째는 창의적 미학 의 세계를 제시한다. 무집착의 적정성을 추구하는 중도론은 독 자적이면서도 독창성을 중시하는 미학과 상통한다는 점이다. 둘째는 중도실상의 세계는 無相이지만 언어나 논리에 의지한다 는 점이다. 즉 백지상태의 화선지나 사고의 기반 위에 독자적 인 채색이나 시적 언어를 통해 표현하는 회화나 시문학이 추구 하는 미학의 세계와 유사하다는 점이다. 셋째 중도론이 해탈과 열반을 목표로 한다면 미학은 지조지순의 미적세계를 추구한다 는 점이다. 그런데 그 도달의 방법은 기존의 관념과 관행을 부 정하지 않으면 도달할 수 없다는 점에서 길장의 중도론과 동일 한 논리선상에 있다. 길장의 중도론과 미학의 세계는 추구하는 목표가 외형적으 로는 분명히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접점을 찾을 수 있다. 그것은 미학이 추구하는 세계에 보다 효과적으로 도달할 수 있 는 논리를 길장의 중도론에서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그 이외에도 다양한 방법이 가능하다는 점을 전제한다고 하더라도 길장의 중도론은 미학적 지평을 확장시켜줄 수 있는 논리체계 를 지니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