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동양의학에서 경락(經絡)과 혈위(穴位)에 대한 인식은 해부지식, 임상 경험, 양생 수련의 실천 등이 결합된 산물이라 볼 수 있다. 고대인의 삼라만상(森羅萬象)에 대한 철학적 사유, 특히 당시 성행하던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과 기일원론(氣一元論), 천인합일론(天人合一論) 등의 철학사상 영향으로 단순한 선[經絡]과 점[穴位]의 결합이 경락과 수혈(腧穴)이론으로 승화되어 경락학설 체계가 창조되었다. 본 연구 『족비십일맥구경(足臂十一脈灸經)』, 『음양십일맥구경(陰陽十一脈灸經)』, 『황제내경(黃帝內經)』 등 십이경맥(十二經脈)에 관한 문헌을 비교∙분석하여 경맥의 종류와 명명의 변천과정에 대해 고찰하였다. 초기의 경맥은 11경맥이었으나 『황제내경』 이후 12경맥 체계로 변화되었으며, 크게 수경(手經)과 족경(足經)으로 양분되고 오장육부(五臟六腑)와 삼음삼양(三陰三陽)의 음양이론이 결합되어 경맥의 명칭이 완성되었다. 향후 학설에 머물러 있는 경락에 대해 실증적 연구를 통해 과학적으로 경락의 실체가 규명되길 기대한다
經絡은 처음부터 완벽한 체계를 이룬 것이 아니었고, 지금 역시 완벽한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지금 통용되고 있는 12經絡은 각각 臟腑와 연결되어 있지만, 그 연결도 긴밀하지 않으며, 經脈의 불완전성을 보완하기 위해 絡脈, 奇經八脈등으로 그 象과 數의 변화와 첨가를 거듭하여 경락의 연결을 더 긴밀하게 변화시켜왔다. 이렇게 경락설의 진화과정과 변화의 원리를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Kluge라는 개념을 사용하였다. Kluge의 의미는 간단히 말하면 ‘불완전끼리의 완전’이다. 담배가 해로운지 알면서 끊지 못하는 인간,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모호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인간, 가격과 가치를 구분하지 못하는 인간 등 인간에게 있어 결함들이 모여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마왕퇴 출토의서인 <足臂> <陰陽> 에서 靈樞에 이르기까지 의사학적인 시각으로 경맥의 체계가 어떻게 형성 발전되었는가를 통해 경맥의 오류와 불완전성 즉, 경락의 Kluge적인 측면을 살펴보면, ‘手足+陰陽+臟腑’ 의 개념체계가 나중에야 성립됨으로써 그 과정에서 생겨나게 된 오류, 經脈은 원래 12개가 아니었고, 手足陰陽이 6개씩으로 평형적이지 않아서 생기게 된 오류, 순환적이지 않았던 經脈체계 때문에 생겨나게 된 오류 같은 것들이 있음을 찾았다. 그리고 이런 오류와 불완전성을 보충하기 위하여서 經別, 六腑下合穴, 開闔樞와 같은 여러 장치들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그리고 이에 불완전성을 어떻게 보완할 지 고찰해 본 결과 기존 경락에 효과가 있는 새로운 穴을 도입하자는 대안이나 병인으로 다시 穴을 재분류 하자는 대안, 인체의 클루지적특성을 감안하여 새로운 인체부위설정을 통한 經絡설정을 하자는 등의 대안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