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는 일은 사물을 읽은 일과 같다. 유식과 무식을 떠나 인간은 생존을 위하여 끊임없이 주위의 대상들을 읽어야 한다. 그런데 인간은 사물자체 혹은 본질에 도달하기가 불가능하다. 그리하여 사물자체가 아니라 사물에 대한 의미생산에 그치고 그 의미는 타자들에 의해 상속되고 갱신된다. 따라서 주/객의 일치를 선언한 그리스도를 제외하고 인간사회에서 객관적인 대상으로서의 사물, 사건, 작품에 대한 초월적이고 절대적인 견해는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상대적인 관점에서 사물을 바라봐야 하는 운명을 지니고 때어났다. 항상 밑바닥에서 시작해야하는 시시포스의 운명처럼. 이런 관점에서 읽어본 본 작품의 내용은 영국의 탄압에 직면하여 식민지 아일랜드의 내/외의 비우호적인 상황을 제시하고 있는듯하다.
예이츠는 시를 쓰고 편집한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시집 속의 어떤 시 모음은 대체적으로 그 책의 큰 그림 내의 서로의 소통을 보이며, 결국, 시들이 어 떤 시들과 가까이 놓였나를 검토함으로써 독자들의 그 시들에 대한 이해와 감상을 깊 게 한다. 마이클 로바티스와 춤꾼 의 마지막 4편의 시가 분명 그런 경우이며, 어려운 시기에 태어난 사랑하는 딸을 가지는 것에 대한 복잡한 심정으로 고심하는 새 아버지 로서의 예이츠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