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에 에밀리 헤일에게 쓴 엘리엇의 편지가 공개되며 그들 사이의 관계에 대해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헤일이 엘리엇의 뮤즈였는지, 그렇다면 그 정도는 어떤 것인지, 그리고 수십 년간 이어져 온 그들의 관계가 결혼으로 이어지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지 등에 대한 의문이 편지 공개를 통해 어느 정도는 풀릴 것으로 기대된다. 간접적으로 그리고 부분적으로 공개된 편지에 의하면 헤일은 예상했던 것보다 강력한 엘리 엇의 뮤즈였으며 작품에 끼친 영향 또한 상당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그들이 맺어지지 못한 것은 두 사람의 성향이나 추구하는 가치에 차이가 있었고, 엘리엇이 헤일의 역할을 문학적 영감의 원천으로만 한 정한 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헤일은 엘리엇과의 관계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결혼을 기대한 것이 드러난다. 이 글에서는 그들의 맺어지지 못한 사랑이 엘리엇의 작품에서 어떻게 원재료로 쓰이고 있는지를 추적한다. 엘리엇이 개인적 측면에서 한계를 설정했던 헤일과 의 관계는 그의 문학적 상상력과 결합하여 매우 풍부한 소재로 작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황무지』의 히아신스 소녀, 「눈물 흘리는 소녀」 의 주인공, 그리고 『재의 수요일』의 숙녀, 「번트 노튼」의 장미 정원의 소녀는 모두 헤일을 연상시키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동시에 엘리엇의 작품 속에서 헤일과 그녀와의 관계는 특유(特有)함과 구체성을 결여하여 다른 해석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