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把’구문은 중국어에서 사용빈도가 높지만, 한국인 중국어 학습자들에게 있어 학습 이 쉽지 않은 구문이다.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진리조건적으로 동등한 의미를 가지는 SVO 구문 및 화제화 구문과 어떠한 차이점이 있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본고는 ‘把’구문의 구문의미, 정보구조, 사용환경에 대해 분석하여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시도하였다. 개별 구문은 고유한 구문의미를 가진다. 진리조건적으로 동 등한 의미를 나타내는 복수의 통사구조가 존재할 때, 구문의미는 언어 사용자의 선 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본고에서 규정한 ‘把’구문의 구문의미는 ‘원상태와 결과상태 간의 어긋남’이다. 대다수의 기존연구에서는 ‘把’구문의 정보구조를 화제-평 언 구조로 분석했다. 하지만 이러한 이분법적 분석법으로는 ‘把’구문의 NP2가 보이는 화제성, 문장 전체가 신정보인 문장, NP2가 비한정적 명사구인 ‘把’구문의 정보구조 를 설명하기 어렵다. 본고는 Vallduví의 삼항계층분절 이론을 적용하여 ‘把’구문의 전 형적 정보구조와 비전형적 정보구조를 분석하였다. ‘把’구문의 구문의미를 적용하여 화자가 어떠한 환경에서 ‘把’구문을 선택하는지 설명할 수 있다. ‘把’구문은 ‘원상태와 결과상태 간의 어긋남’이라는 구문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이 구문의미는 상대방과의 관계에 따라 ‘질책’, ‘이의제기’, ‘미안함’, ‘자책’, ‘의외’, ‘여의치 않음’, ‘당위’ 등의 의미 를 나타낸다. 화자가 ‘把’구문을 선택하는 것은 이러한 주관성의 전달과 관련이 있다.
그녀의 남편이 죽었다는 객관사실에 대해 중국어는 ‘她的丈夫死了’, ‘她死了丈夫’, ‘她把个丈夫死了’라는 3가지 서로 다른 통사형식으로 표현이 가능하다. 이 중 ‘她死了 丈夫’와 ‘她把个丈夫死了’는 자동사 ‘死’가 각각 SVO 구조, ‘把’字句에 사용되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특히 ‘她把个丈夫死了’는 주어가 행위자가 아니라 경험자라는 점, 전치사 ‘把’의 목적어가 ‘个+N’ 구조라는 점에서 비전형적인 ‘把’字句이며, 이를 ‘把个’ 句라고 부른다. ‘把个’句는 구문내적 생성기제와 구문외적 생성기제가 있다. ‘把个’句 는 ‘把’字句의 발전과정에서 구문내적으로 주관성의 강화에 의해 출현되었다. 구문외 적으로는 소유자-대상 구문의 영향을 받았다. 소유자-대상 구문의 영향으로 인해 ‘死 了+NP’와 같은 ‘Vi+NP’ 구조의 사용이 자연스러워졌고, 그 결과 타동성이 강한 ‘把’ 字句에서 ‘她把个丈夫死了’와 같은 문장이 출현할 수 있게 되었다. ‘她的丈夫死了’는 그녀의 남편이 죽었다는 객관적 사실을 서술한다. ‘她死了丈夫’는 그녀의 남편이 죽 었다는 사실 외에 부정적, 손해, 안타까움이라는 주관적 감정이 이입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她把个丈夫死了’는 그녀의 남편이 죽었다는 사실과 더불어 의외성, 원하지 않았던 일의 발생이라는 주관적 감정이 이입되어 있다. 이처럼 이 세 문장은 동일한 객관사실에 대해 각기 상이한 의미·화용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桌子上有汉语词典’, ‘汉语词典在桌子上’처럼 동일한 장면을 서로 다르게 구조화하 는 이유는 화자가 청자에게 어떤 정보를 전달하고자 할 때, 화자가 각각의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구조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즉 동일한 장면에 대한 상 이한 통사구조를 정보구조의 관점에서 분석할 수 있다. 또한 중국어 존현문의 장소 어는 현저성을 부여받아 주어로 부호화되었다는 점에서 일반적 화제들과는 다르다. 따라서 존현문의 장소어를 여타 화제들처럼 단순히 닻 내리는 역할만 한다고 보는 것은 존현문의 정보적 특성을 간과한 것이다. 중국어 존현문의 NP는 비한정적이어 야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한정적 NP들이 존재한다. 한정적 NP의 존재는 중국어 존현문에 근거리 조망이라는 인지적 기제가 반영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존현문의 한정적 NP는 특정한 조건하에서 한정 명사구임에도 불구하고 신정보일 수 있다. ‘VP+NP’ 구조, ‘NL+NP’ 구조, ‘在NL+VP+NP’ 구조는 비전형적 존현문이라 할 수 있다. 이 비전형적 존현문은 전형적 존현문과 구분되는 고유한 기능을 가진다.
본고는 구문문법이론을 바탕으로, 한‧중 존재문의 특성에 대해 논의하였다. 중국어 존재문의 구문형식, 구문논항, 구문의미는 각각 ‘NL+VP+NP’, <장소 대상>, ‘어떤 장 소에 무엇이 존재함’이다. 그리고 한국어 존재문의 구문형식, 구문논항, 구문의미는 각각 ‘NL에 NP가 V어/아 있다’, <장소 대상>, ‘어떤 장소에 무엇이 존재함’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어는 동태존재문을 존재문으로 인정한다. 반면 한국어에서는 동태존 재문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차이는 한‧중 존재문의 구성요소인 장소어, 술어, 존재대상에서의 차이로 이어진다. 구문들 간의 연결을 설명하는 원리 중 하나인 ‘다의성 연결’은, 중국어 정태존재문과 동태존재문이 동일한 구문이라는 것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더불어 전통적으로 논쟁이 되어 온 “台上唱着大戏”와 같은 문장도 동일하게 존재구문의 범주로 편입할 수 있게 해준다. 반면 한국어 존재문은 중국어처럼 다양한 방향으로 확장되지 못했다. 이러한 사실을 고려할 때, 중국어 존재문과 한국어 존재문은 확장성의 크기가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중국어 존재문은 확장성이 크고, 한국어 존재문은 상대적으로 작다. 이것은 구문의 실현양상이 개별 언어의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