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는 T. S. 엘리엇(Eliot)의 「리틀 기딩」(“Little Gidding”)에 구 현되어 있는 시적 ‘논리’의 윤곽을 파악하고자 한다. 니콜라스 페라 (Nicholas Ferrar)의 종교적 공동체가 있었던 리틀 기딩에는 엘리엇이 자 의식을 가지고서 구축한, 고전주의자, 왕당파, 그리고 국교도로서의 정 체성이 새겨져 있다. 나아가서 그곳은 시간 속에 그리고 그와 동시에 시간 밖에 존재하며 성육신(the Incarnation)에서 인간의 속성과 신의 속 성이 만나듯 역사적이면서 동시에 초월적이라고 상상된다. 「리틀 기딩」 은 계절의 기적적인 교차(“한겨울의 봄”)를 앞세우며 시작하는데 이는 시 전체를 특징짓는 역설이며 수사와 주제의 차원에서 동시에 기능한 다. 제2차 세계대전의 시로서 「리틀 기딩」은 4원소의 죽음을 통하여 상 징적으로 묘사되는 인류문명의 몰락을 목도하지 않을 수 없지만 노리치 의 줄리안(Julian of Norwich)이 피력하는 기독교적 비전(“모두가 평안하 고 / 만물이 평안하리”)을 받아들이고 있다. 이 비전이 구현되는 것은 불과 장미의 상징이 하나가 될 때인데, 연옥의 시라고 할 수 있는 「리 틀 기딩」의 논지를 따르자면 이러한 하나됨은 극단적으로 철저한 자기 성찰과 정화를 통해서이다.
T. S. 엘리엇의 첫 시집에 포함되어 있는 「울고 있는 소녀」(“La Figlia Che Piange”)는 「프루프록의 연가」(“The Love Song of J. Alfred Prufrock”)나 「여인의 초상」(“Portrait of a Lady”) 등과 같은 엘리엇의 초기의 걸작들에 비해 그리 많은 비평적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이 시의 아름다움이나 서정성은 종종 주목을 받아왔지만 불안정한 화자에 대해서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울고 있는 소녀」는 남성화자가 연인과의 이별을 반추하는 시로서 시적발화로 기억을 되살리고 또한 변화시키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명령법, 대과거의 가정법, 그리고 직설법을 사용 하는 세 개의 운문단락으로 구성되어 있다. 문법적으로 복잡한 맥락에서 내면으로 향하는 화자의 시선은 엘리엇의 여타의 시에서와 같이 불안정한 자아를 발견하게 되지만, 바로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울고 있는 소녀」는 월러스 스티븐스의 “충족을 찾고 있는 의식의 시”가 되어 현대 시를 논하기 위한 유용한 출발점으로 기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