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한국 현대음악 역사상 최초로 발표된 작곡가 이돈응의 드로봇이 21세기의 창작음악 에 시사하는 바에 대해 고찰한 연구이다. 이 글에서 필자는 드로봇이 21세기의 기술적 시류에 편 승하려는 목적에서 등장한 것이 아니라, 이돈응이 1980년대부터 약 40년간 추구해온 ‘인간적인 전 자음악’이라는 미학적 모토가 궁극적으로 집약된 산물이라는 것을 주장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이 글은 먼저 드로봇의 음악을 가능케 한 이돈응의 작품세계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드로봇이 현 시대에 갖는 독자적 의의를 파악하기 위해 18세기부터 현재까지 연주하는 로봇의 역사를 면밀히 살펴보았다. 이후 드로봇의 제작과정과 예술적 원리, 대표작을 상세히 짚어보면서 기술의 주체적 인 사용과 고도의 수공예적 테크네를 통해 완성도 있는 소리를 만들어나가는 드로봇의 음악적 의 의에 대해 논의하였다.
미셸 판데르아(Michel van der Aa, 1970-)의 오페라 ≪기억의 재구성≫(Blank Out, 2015-2016) 은 디지털 테크놀로지로 다변화되는 21세기 동시대 오페라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단초를 제공 한다. 2016년 초연된 이 작품에서는 가족의 익사를 목격한 주인공의 트라우마를 집요하게 추적하 면서 무의식에 침투한 상실의 감정을 정교한 테크놀로지로 구현하는 시도가 나타난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주목할 점은 결코 관객의 시각을 현혹하는 화려한 기술이 아니다. 오히려 이 작품은 첨 단의 테크놀로지를 매개로 가족을 잃은 등장인물의 심리적 외상을 심층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본고에서는 오페라 ≪기억의 재구성≫에서 동시대의 진보된 테크놀로지를 활용하여 ‘트라우마 와 기억’이라는 주제를 재현하는 독특한 내러티브 구조와 연출방식에 주목한다. 본 연구는 인물의 복잡한 심리에 탐닉하는 판데르아의 작품세계와 더불어 기술의 확산에 따라 동시대 공연예술 및 오페라에 나타난 변화를 짚어보는 것으로 출발한다. 이후 주인공이 겪는 트라우마 심리에 조응하 는 순환적 구성을 조명하고, 무대와 스크린을 활용하여 실재와 가상, 기억과 현실, 영화와 오페라 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작품의 모티브를 형상화하는 연출 방식을 분석한다. 이를 통해 본 연구는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하면서도 기술에 함몰되지 않고 전통 오페라에서 표현하기 어려웠던 심리적 주제를 구현해내는 동시대 오페라의 극적인 상상력을 탐색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