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에서는 코렐리의 Op. 1, No. 4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특이한 종지로부터 출발하여, 선법이 아닌 교회 조가 조성체계의 등장에 앞서 주요한 음조직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바넷의 주장에 입각해 코렐리의 Op. 1 전곡을 살펴봄으로써 교회 조라는 이론적 체계가 당시의 음악을 설명하는 데에 어떠한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가늠해 보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교회 조의 존재가 각 조성의 주요 화음들이 나타나는(주로 종지가 이루어지는 지점들) 느슨한 배경이 될 수 있음은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교회 조의 느슨한 틀로는 세밀하게 설명되지 않는 특이점들도 있었는데 몇몇 장조의 경우 단3도 아래의 단조화음이 종지점으로 자주 등장했으며, 가온화음의 경우 단화음이 자연스러워 보이는 자리에 장화음이, 장화음이 자연스러워 보이는 자리에 단화음이 등장하는 특이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코렐리의 Op. 1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았을 때 바넷의 주장이 모든 사례들을 설명하기는 어려운 맹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의 논의가 조성의 시대로 넘어가는 시기의 작곡가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소리의 울림을 만들어 나갔는지에 대해 거리를 두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이해의 틀이 될 수 있었다.
클라라 슈만(Clara Schumann, 1819-1896)의 《세 개의 바흐 주제에 의한 푸가》는 클라라 가 J. S. 바흐 푸가의 주제들을 차용하여 작곡한 곡으로, 전통적으로 남성의 장르로 여겨져 온 푸가 장르에서 여성 작곡가로서 첫 발을 내딛는 중요한 지점에 놓여있다. 본 논문에서는 클라라 슈만이 푸가의 작곡에 도전하기까지의 과정에 대한 기록들을 추적해봄으로써 바흐와 슈만이 클라라의 푸가 작곡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와 바흐의 《평균율곡집》에 담 긴 원곡 푸가와 비교를 통해 클라라가 어떠한 방식으로 푸가 작곡가로서 첫 발을 내딛고 있 는지를 살펴본다.
클라라의 푸가와 바흐의 원곡 푸가의 주제의 등장시점의 비교를 통해 본 연구는 클라라의 푸가가 전체적으로는 바흐와의 유사성이 강하다는 것을 제시하면서, 그 안에서 대선율, 중간 부분의 전개방식, 그리고 페달톤을 주로 사용하는 푸가의 마지막 부분의 처리방식 등이 같은 주제 위에 쓰인 세부적인 차이를 만들어냄을 보여준다. 이렇게 같은 주제 위에 쓰인 바흐와 클라라의 푸가를 비교하는 과정에서 클라라가 바흐의 작곡방식들에 세밀하게 집중하여 자신 의 작곡기법으로 소화하고자 하는 의도를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바흐가 보여 주었던 대담함 보다는 순차진행의 기반 위에 동형진행을 결합하는 패턴의 반복으로 다소 안 정적인 진행을 추구하고 있는 부분도 보였고, 성부가 등장하지 않는 빈 공간들이나 예기치 않은 극도의 불협화음 같은 결함도 나타났다. 이러한 사례 연구를 통해 19세기 여성작곡가 의 창작환경을 이해해 보고, 클라라 슈만의 푸가 창작이 지니고 있는 음악사적 의미를 조명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