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작가의식은 작가라는 주체의 통일된 의식으로 규정된다. 작가의식이 이전과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때 그것은 ‘작가의식의 변화’로 간주된다. 그러나 이 관점으로는 상호 모순적으로 드러나는 작가의식들을 설명하기가 어렵다. 김동리의 경우 무녀도 개작 과정이나 기독교 소재 소설들에서 작가의식의 균열이 나타난다. 자아의 모순성이 단순한 병리적 현상이 아니라면 원래부터 자아는 하나로 단순화할 수 없는 주체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각 텍스트는 그 나름의 특징을 가진 것으로 비춰지는데, 그것은 하나로 통일된 작가의식으로 보기 어렵다. 이 글은 텍스트 창작 과정을 작가의 정체성을 점유하기 위한 조각 작가들의 경합 과정으로 본다. 조각 작가는 작가의 경험을 통해 각기 다른 조각 작가들로 생성되고 작가의 자아 내부에서 먼저 생성된 조각 작가들과 합치되거나 갈등을 일으킨다. 이러한 현상의 근본 원인은 인간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만 경험할 수는 없다는 사실에 있다.
路遙는 중국의 當代 작가로, 그의 平凡的世界는 고난과 시련을 이겨내고 자신의 꿈을 추 구해 가는 陝北 지역 사람들의 생활상을 그려낸 장편소설이다. 이 작품의 시대배경은 1975년 부터 1985년까지 10년 동안이다. 이때는 중국의 문화대혁명이 끝날 무렵부터 개혁 개방 초기 까지의 기간이다. 路遙는 작품에서 세 명의 주요인물의 성장과정을 통해 인간의 삶과 개인의 분투와 노력을 표현하고 있다. 특히 세 인물은 각각 ‘성장’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들이 추구하고자 했던 이상은 또 각자 달랐다. 이들 중의 두 인물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단체의 리더로서 성장해 가고, 나머지 한 명은 자신의 개인적인 꿈을 찾아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물질적인 성장이라기보다는 노력을 통하여 자신이 추 구하고자 하는 정신적 성장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있다. 작가는 작품에서 1980년대 당시 농촌 에서 도시로 진출하려고 하던 사람들의 과도기적인 관념과 그 당시 그들이 직면해야 했던 시 대적 갈등을 표현할 때, 자신이 실제로 처했던 현실과 이상을 추구해 가는 과정에서 겪었던 그 고민을 작품 속에 잘 반영해 냈다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말해, 작중의 孫少平은 농촌 을 벗어나 도시로 진출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설정되어 있지만, 孫少安은 여전히 농촌에서 소 박한 꿈을 실현하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孫少平이 필사적으로 농촌을 벗어나고자 했던 상 황과 孫少安이 끝까지 농촌에서 삶을 영위해 가는 상황을 감동적으로 묘사할 수 있었던 것은 도시와 농촌을 모두 경험했던 작가의 의식 때문으로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