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정토진종(淨土眞宗)을 소재로 한 구라타 햐쿠조의 스님과 그 제자과 선종의 임제종을 소재로 한 다치하라 마사아키의 겨울의 유산, 이 두 작품을 인간 삶의 갈등과 구원에 초점을 맞추어 분석했다. 일제 강점기에 혼란된 정체성을 찾는 주인공의 도정을 그린 겨울의 유산에서는 주인공의 갈등이 결국 아웃사이드로서의 존재를 거부하고 주류로 편입하고자 하는 내적 갈망에서 비롯됨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단순한 구원보다 삶에 대해 더 깊은 질문을 던져온 주인공에게 작품의 강력한 모티브인 선종은 현실적인 구원의 방식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스님과 그 제자에서는 일본 사회의 전통적 인정과 의리라는 사회규범이 등장인물들의 갈등을 유발하고 있는데, 이 작품의 구원은 악을 지닌 채로 구원받을 수 있다는 악인정기설로 우리 모두는 본래 이미 구원되어 있다는 믿음과 비승비속(非僧非俗)인 채로 순수하고 성실하게 살아야한다는 가르침이었다. 이 연구를 통해 종교적 구원과 현실적 구원은 여전한 평행선임을 보면서, 구원이란 우리 모든 인간의 평생 과업임을 상기하게 된다.
본 논문은 일본의 유명 소설가 다치하라 마사아키(立原正秋, 1926-1980)의 『겨울의 유산』에 대해 새로운 해석 방법을 시도한 것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일본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로서 한국의 선불교 배경속에서 유년시절을 보낸다. 주인공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인간의 근본 숙제 중 하나인 허무와 고독에 대해 스스로 답을 찾지 못하고 각각 자살과 외도라는 방법을 택했다. 주인공 역시 같은 정서를 공유하고 있지만 삶과 죽음의 경계가 따로 있지 않다는 깨달음과, 아들이 아버지가 되고 그 아들이 또 아버지가 되는 과정의 반복에서 가족의 의미를 깨달음으로써 이를 극복하게 된다. 이러한 줄거리 속에 중요한 장치로서 사용되는 것이 선불교의 선문답과 선시이다. 본 논문은 『겨울의 유산』에 언급된 선문답과 선시의 분석을 통해 주인공이 허무를 극복하는 과정을 검토하였다. 그 결과 주인공은 ‘행복과 무상의 경계선’에 대한 화두를 시작으로 ‘남전참묘’, ‘한서도래회피’ 화두를 통해 현실적인 욕망을 극복하고 종국에는 ‘대도무문’이라는 화두로 깨달음을 얻어 무상함을 극복하는 구조로 해석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