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중국과 한국에 현존하는 유상곡수 유구의 형태 고찰을 바탕으로 강진 백운동원림 내원에 조성된 유상곡수의 형태 및 기능 그리고 조영에 담긴 의미론적 특성을 비교분석한 것으로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백운동원림의 곡수로의 평균 폭은 41㎝, 평균 깊이는 11.5㎝에 이르고 총 연장길이는 48.5m이다. 곡수로의 단면형태는 ‘ ’ 형이며 초정의 유배정을 갖는 형태로 입수구와 출수구를 달리하는 이원형 구조이다. 곡수로의 유형은 수로형에 근접하며 세부디자인 형태는 직선형의 비대칭 형태를 보이지만 대칭형의 변형된 ‘回字’ 형 또는 ‘ㄷ字’ 형에 근접하나 중국이나 국내에서 확인된 곡수로와 일치되는 형태가 없는 매우 독창적 디자인이다. 계류를 이끌어 ‘回’자 모양의 직선형 곡수로를 조성했다는 점에서는 중국 쓰촨성 광안시 사구탄(四九灘) 유배거와 가장 유사하며, 부지관류형의 특징을 보이는 점에서는 아산 외암마을 송화댁 유상곡수와 유사하다.
백운동원림의 곡수로는 상·하 2개의 방지와 통합 연계되는데 원내에서 총 5번 굴절되도록 고안되었다. 인수(引水)된 물은 계곡의 이곡(二曲)과 외원에서의 이곡(二曲) 그리고 내원에서의 오곡(五曲)을 합쳐 구곡(九曲)을 이루며 초정 형태인 유배정을 5곡에 배치함으로써 유상곡수의 풍류뿐만 아니라 구곡 경영의 상징성을 부가한 것으로 보인다. 평지 곡수로 상에는 상·하 두 곳의 지당을 배치한 쌍지형으로 이는 방화수와 연당으로써의 고유 기능을 수행하는 한편 유입수에 들어있는 불순물을 여과시키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누정이나 달 또는 백운동 승경의 자연요소를 투영시키는 인경(引景: pulling scenery)의 기능을 수행하였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주역(周易)』 “이택상부(麗澤相附)” 의 개념으로 두 개의 이웃한 연못이 맞닿아 넘치면 나누고 모자라면 채워준다”는 뜻을 담은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의 유상곡수거(流觴曲水渠)는 대부분이 암석에 조영됨으로서 인공적인 색채가 매우 강하였으며 왕희지의 난정 이후 곡수 유배거는 정자 내부로 조성하는 경향이 심화되었다. 그러나 유상곡수를 주제나 모티브로 한 다수의 그림에서 왕희지의 난정기(蘭亭記)에서 보이는 배경 산악의 숭고미와 자연성 높은 계류와 수림을 배경으로 ‘일상일영(一觴一詠)’하는 선비들의 행태를 담는 비기하학적유상곡수 형태를 기본적 도상(icon)이자 텍스트로 하고 있음이 발견된다. 중국 소흥의 ‘난정’ 유상곡수연 유거는 그 후 복원된시설이긴 하지만 유상곡수 문화의 일대 전환점이자 획을 그은 정원시설이자 풍류문화의 산실이었다 할 만하다. 곡수연(曲水宴)관련 풍류문화는 국내에서 삼국시대로부터 고려, 조선, 근세에 이르기까지 면면히 전승되는 양상을 보여주는데 곡수거의 조영형태는 중국으로 부터의 도입 초기에는 정형적인 인공형태를 보였으나 시간이 경과하면서 점차로 한국의 풍토환경과 정서에 부합되는자연스러운 곡수로 형태로 조영되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물의 도입이 용이한 자연 계류수 또는 암반과 관련시켜 돌을가공하여 수로를 만들었다. 즉 암반 위에 타원형의 수로를 음각(陰刻)하거나 웅덩이 형태로 소용돌이를 만들어 곡수연을 즐길수 있도록 하거나 자연 지반에 음양석 형태의 자연석이나 경석을 이용하여 굴곡 수로를 만드는 등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또한 현대에 들어서도 유상곡수의 문화를 살리기 위한 조경시설과 풍류문화가 면면히 이어짐은 매우 반가운 현상으로‘유상곡수’가 전통조경 및 휴양레크레이션 문화를 담는 문화콘텐츠이자 문화로 정착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