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정연희가 기독교를 수용한 70년대 중반 이후 발표된 작품을 대상으로 기독교 윤리가 구조화되는 방식을 해명하였다. 외형적으로 이전의 사회비판 소설과 동일한 형태를 취하지만 인식과 구조, 미학적으로 차이를 보이는 이들 작품에서 종교적 윤리성이 구성되는 방식과 내용, 윤리적 실천 양태를 작품분석을 통해 살펴보았다. 정연희 기독교 소설은 그동안의 폐쇄적, 특권적 내면에서 벗어나 타자와의 공감을 회복하면서 사회적 윤리성을 구성하게 된다. 이후 신의 시선을 내면화한 자아가 그 시선으로 자아와 세계를 인식하고 비판하는데 신에 속하지 않은 대상에 대해 분노, 질타하면서 질타의 초점을 인간의 욕망에 맞추고 있다. 이는 욕망을 문명적 창의의 긍정적 에너지로 추앙했던 이전 소설들과 극적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정연희 기독교 소설의 중요한 변곡점이라 할 수 있다. 한편 분노, 불안, 공포가 고압적으로 노출되면서 사회비판 소설의 서사적 객관성을 넘어서는데 이는 현재의 부정성을 통해 미래의 종말을 계시하려는 묵시록적 서사를 취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창작을 통해 멸망의 징후를 예고하려는 종교적 실천의 결과인 것으로, 부정성을 부정함으로써 최후의 멸망을 부정하려는, 역설적 긍정을 내재한 미학적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이 연구의 목적은 기독교 채식주의 전통에 대한 역사적 연구에 기초하여 기독교 채식주의의 본질을 이해하고, 그 전통에 내포된 사회윤리적 담론을 고찰하는 것이다. 기독교의 식생활 관행에서 육식 금지의 전통은 수도사들의 금욕주의적인 삶에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이런 관행은 수도원의 주요 규례가 되었고, 사순절, 사계제일 등과 같은 전례에 의해 강조되면서 기독교 신앙 전통으로 유지되었다. 그러나 분파주의자들의 엄격한 육식 금지의 관행, 수도원 금욕주의의 완화, 종교개혁자들의 수도원 관행 비판 등의 요소들로 인해 기독교 신앙 전통에서 육식 금지의 식사 관행은 계승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식 금지를 근간으로 하는 기독교의 채식주의 전통은 동물 복지와 사회 질서유지의 차원에서 사회윤리적 담론을 포함하고 있으며, 현대 사회에 서 이러한 기독교 식생활 관행을 성찰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특별히 채식이 기후변화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적인 식단으로 강조되고 있는 21세기에, 기독교는 채식주의 전통에 내포된 생태윤리적인 담론을 성찰하여, 그 실천 적 지혜를 계승할 필요가 있음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