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권정생의 작품을 신약성서 누가복음과 함께 읽으며 누가복음의 신학적 관점을 통해 권정생의 작품을 분석하는 데 목적이 있다. 권정생의 작품 세계에는 가난한 캐릭터가 매우 많다. 흥미로운 점은 작가가 그 가난한 캐릭터들을 통해 새로운 희망과 역전에 대한 소망을 전한다는 것이다. 전복과 역설로 설명되는 이러한 모티프는 성서에 기초한 그의 기독교 사상에 기인한다. 이러한 특징은 상호텍스트성 개념을 통해 구체적으로 설명 가능하다. 신약성서 누가복음이 하이포텍스트가 되고, 권정생 작품 중 강아지똥과 똘배가 보고 온 달나라가 하이퍼텍스트에 해당된다. 누가복음은 가난한 자가 복받는 새로운 세상을 노래하고 있다. 누가복음 이야기는 권정생 작품 속에서 끊임없이 재현되고 있다. 강아지똥과 똘배 역시 가난한 존재이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존재가 된다. 이처럼 누가복음을 통해 권정생 작품을 읽을 때 권정생이 표현하고자 있는 새로운 세상과 새로운 질서에 대한 희망은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누가는 바울과 함께 풍부한 어휘력을 구사하는 저술가로서 신약성 경의 25% 분량에 해당하는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을 다음과 같은 관점에서 기록했다. 그는 예수의 탄생에서 시작하여 예수의 사역과 사도들의 행적을 기록하면서 다른 복음서에 비해 이방인과 가난한 자를 위한 선교사역을 부각시켰다. 당시 유대인들의 이방인 적대감과 그리스도인에 대한 핍박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가난한 자들과 소외되던 여인들, 사마리아인들에 대한 예수의 사역을 강조함으로써 누가는 유대인과 이방인 선교를 연결하는 보편적 선교를 강조했다. 또한 예수의 부활과 승천 후에도 그리스도는 성령으로 여전히 그들과 함께 하심으로 하나님의 선교가 계속됨을 말했다. 누가는 다른 복음서들 보다 성령을 강조했고, 이것은 사도행전에서 더욱 부각된다. 우리는 누가의 저술에서 이방인과 가난한 자를 위한 선교 그리고 성령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의 주제에 대한 선교적 해석을 하게 될 것이다.
기독교 역사에서 여성들은 남성들과 평등한 존재로서 대접받고 인식되기 보 다는 남성에게 종속된 존재로서 남성보다 열등한 존재로 천대받아 왔다. 이러한 사상은 여성을 남성의 소유물 혹은 재산의 일부로 간주하며 여성의 역할을 제 한한 기독교의 모태인 유대교에서 파생된 것으로 이것은 신화, 문학, 과학 등의 영역에도 스며들었다. 누가복음은 독특한 문학적 방식을 통해 예수의 가르침과 사역에서 여성도 남성과 동등한 존재로 인정받고 있음을 부각시키고 있다. 누가 복음에서는 먼저 당시 사회에서 주목받지 못하던 약자인 많은 여성들을 전면에 등장시키고 있으며, 여성들의 일상적인 삶의 경험을 사용하여 하나님 나라를 설 명함으로써 여성에 대한 배려와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곳곳에서 남성과 여성을 나란하게 짝을 이루어 등장시키므로 여성들을 남성과 동등하게 하나님 의 은혜의 수혜자로, 하나님 나라의 새로운 공동체의 일원임을 부각시키고 있 다. 예수의 가르침과 사역에 등장하는 여성들을 남성과 동등하게 때로는 남성보 다 더 중요한 모습으로 부각시키는 누가복음의 독특한 문학적 구조는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인 양성평등과 인권과 여성문제와 관련하여 당시에 왜곡된 여성 의 위치와 역할을 혁신적으로 개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본 연구는 다른 복음서에는 들어 있지 않은 누가복음의 독특한 문학적 구조를 통해 드러난 여성의 위치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누가의 특수한 자료의 문학적인 특징을 살펴보고, 그 중에서 한 가지 이야기를 가지고 누가의 관점에서 새롭게 여성의 위치를 고찰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