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묘법연화경』의 「관세음보살보문품」에 드러난 보살 사상 및 그 전개가 칼 융의 분석 심리학에 나타난 ‘자기’(the Self) 의 부분이자 상징이라 고 할 수 있는 개성화를 이룬 인간 및 개성화의 과정과 유사성을 가지고 있는가 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분석 심리학에서 인간은 자아에서 시작하 여 자기로의 여정을 거치는데, 이 자기(Self) 및 개성화를 이룬 인간의 특성을 살펴보면 이 특성은 대승 불교 경전의 여러 곳에서 등장하는 보살의 특징 및 행법과 일맥상통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본 고는 그 중 「관세음보살보문품」에 나타난 관세음보살은 ‘자기(Self)’의 외현적 상징으로, 사바 세계를 노닐며 중 생을 돕는 과정은 자아의 개성화 과정과 유사하다는 관점에서 둘을 비교 고찰 하려 한다. 분석 심리학에서 개성화를 이룬 인물은 몇 가지 특징을 갖는데, 그 림자를 이해하고, 정신적 영역의 여성성과 남성성인 아니마 아니무스가 잘 분 화되어 통합을 이루고 있으며 집단 무의식에 열려있어 사람의 행동을 잘 이해 하고 깊은 연민을 느끼며 성격의 어느 한 측면이나 태도, 원형 등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페르조나를 잘 사용하지만 이는 사회적 편의 때문이 지 자신의 본성(Self)과 헷갈리지 않는다. 「관세음보살보문품」의 관음은 그 경 전의 이름과 같이 모든 중생의 소리를 듣고(觀音) 지혜로서 그곳에 나투며 (普 門) 그들을 도우나 도운 것에 집착하지 않는다. 근기 마다 그 근기에 맞게 나투 지만 그것은 방편일 뿐 본성에는 물듦이 없다. 열반 해탈과 중생의 경계선에 있어 중생을 향하여 돌아보나 돌아가지는 않는다. 이렇듯 관세음보살의 행법 은 분석심리학의 개성화된 인간이 가지는 특징과 깊은 유사성을 보이며, 분석 심리학자들은 관세음보살을 불성(佛聖)이라고 하는 ‘자기(Self)’ 의 외현 이며 높은 수준의 아니마로 바라보기도 한다. 더하여 본 논문은 「관세음보살보문품」에 나타난 개성화의 상징들을 고찰 하고자 한다. 보문품의 큰 흐름이 원형과 그림자의 만남, 페르조나의 상실, 아 니마 아니무스의 만남, 페르조나의 사용 및 자기(Self)로의 회귀와 다르지 않다 는 관점에서 둘을 비교하려 한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하여 관세음보살을 신앙 적 가치를 넘어선 심리학적 가치를 가진 정신적 도착지로서 그 개념을 확장하 는 것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본고는 「상불경보살품」에 나타난 인간존중사상의 논리적 특징을 불성론의 입장에서 분석하고자 한다. 그렇지만 이 품에는 현대사회의 핵심 용어 중의 하나인 평등, 인격존중, 사랑 등에 관한 용어는 사용되고 있지 않다. 다만 상불경이란 용어는 ‘언제나 모든 사람을 존중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모든 인간은 존귀하고 존엄하다는 의미에서 항상 존경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스토리의 주인공이란 점이다. 인간존중, 평등 등에 관한 전문적인 용어는 사용되고 있지 않지만, 평범한 이야기와 메타포를 통해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충분히 밝히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어떠한 형태의 모습이나 삶을 영위하고 있더라도, 그 내면에 불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존경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이 품에서는 그런 내용을 ‘인간은 누구나 깨달아 부처가 될 존재’로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경전의 내용에 대해 중국을 대표하는 법화사상가들은 불성론에 입각해 이해하고자 했다. 천태는 삼인불성론에 입각해 상불경보살의 보살행을 이해하고 있다. 정인, 연인, 요인불성에 의거한 설명이다. 길장은 수기를 주는 행태는 불성이 있다는 전제 속에서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 역시 불성론에 입각해 이 품을 이해하고 있다. 규기 역시 불성론에 의거해 이 품을 이해하고 있지만, 요인불성에 의거해 개개인의 수행과 노력을 중시한다. 이 품에서 나타난 상불경보살의 활동은 인간의 존엄성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적인 의의가 크다고 본다. 특히 세계인권선언문의 내용과 대비해 보면, 양자에 상통하는 사상이 대략 2천여 년 이전에 이미 선언되고 있었다는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이러한 사상을 현실 속에서 구체화시키지 못한 것은 불교사의 왜곡 현상이며, 중국불교사의 한계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여전히 이러한 사상을 어떻게 현실 속에 구현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불교계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 논문은 1877경 편찬된 『觀世音菩薩妙應示現濟衆甘露』에 나타난 생명존중사상을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 책은 동대문 밖에서 일군의 재가자들이 모여 만든 妙蓮社라는 불교적 신앙결사체의 산물이라 평가할 수 있다. 유교적 가치가 지배한 조선시대 말기에, 불교적 가치에 입각한 수행과 사회적 실천을 강조하는 내용의 책이 편집되었다는 것은 매우 유의미한 사건으로 평가할 수 있다. 조선말기의 불교계는 암흑기였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이 책은 동북아 불교사상의 핵심인 화엄사상과 선사상의 바탕 위에서, 법화사상과 관음신앙을 독자적으로 이해하고 있다. 물론 그 밑바탕에 윤회론과 연기론이 내재되어 있지만, 불성론에 의거해 만물의 존귀함과 일체 존재의 평등을 강조하는 것은 매우 주목할 가치가 있다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살생이나 육식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으며, 편견과 무지를 버릴 때 만물을 사랑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생명에 대한 존귀함과 평등을 강조하는 내용은 『능가경』이나 『사분율』, 『범망경』등과 상통한다. 이러한 경전들은 전통적으로 동북아불교권에서 중요시했던 경전들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화엄과 선사상의 논리적 토대 위에서 법화사상이나 관음신앙을 융합해 이해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그리고 불살생의 사상적 연원은 『숫타니파타』의 아힘사나 박애사상에까지 소급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법화사상에 의거해 일체 존재를 보살의 화신이라 간주 하고 대소사를 여래의 일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는데, 그 논리적 바탕은 불성론에 의거한다. 그리고 불성론에 의거해 많은 사람들에게 수기를 주고 있다. 수기를 준다는 것은 구원의 보편성을 의미하는 것이며, 법화사상의 특징을 독자적으로 이해한 결과라 볼 수 있다. 수기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바로 불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 보는 것이다.